수익률 높아 수요 늘어…일부 은행 제휴 업체 늘려

은행권이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일임 서비스 제휴사를 늘려 고객 선택권을 넓히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 IRP RA 일임서비스를 AI콴택, 퀀팃투자자문과 시작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초를 목표로 AI 기반 RA 일임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임업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다.
RA 일임서비스는 AI 알고리즘과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자문형과 달리 일임형은 고객 투자성향과 시장 상황을 반영해 실제 매매와 리밸런싱까지 수행한다. 은행권은 증권사·자산운용사·AI기술업체 등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가파르게 성장하는 IRP 시장에서 RA 일임서비스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2개 은행의 올해 3분기 IRP 적립금은 73조5309억 원으로 전년 동기(58조5414억 원) 대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확정기여형(DC)과 확정급여형(DB)이 각각 14.05%, 7.6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RA 일임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수익률 격차 때문이다. 그간 퇴직연금의 약 80%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연평균 수익률이 2.0%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은행권 RA 적극투자형의 연평균 수익률은 12.47%로 원금보장형 상품 대비 여섯 배 이상 높았다. 위험중립형과 안정추구형은 각각 6.82%, 3.68%로 집계됐다.
은행권의 RA 일임서비스 도입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 3월 파운트투자자문·미래에셋자산운용과 제휴해 은행권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NH농협은행·KB국민은행·IBK기업은행 등이 속속 참여했다.
수요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은행권 RA 상품 계약자 수는 17만3488명으로 지난해 말(16만3854명)보다 9634명 증가했다.
은행권은 RA 일임 제휴업체도 점차 늘려나갈 전망이다. 다양한 AI 알고리즘 기반 운용 선택지를 제공해 증권사와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은은 최근 기존 1개 RA 일임서비스 제휴사에 AI콴텍(Quantec)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더해 총 3개 일임업체와 협력 중이다. 국민은행은 연내 2개 일임업체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IRP는 퇴직연금 중에서도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이라며 “증권사와 은행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심해지는 만큼 RA 일임서비스 도입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