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정책 검증보다는 욕설·고성·인신공격이 오가는 장면이 잇따르며 ‘막말 국감’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여야 모두 정책보다 정쟁과 감정싸움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방과 고성은 국감 첫날부터 시작됐다.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은 김건희 여사의 계부 김충식”이라며 “김충식은 일본 태생으로 일본 황실, 통일교와도 밀접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이름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손팻말을 흔들며 대법원을 조롱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14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욕설 문자 폭로’가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박 의원으로부터 사적 보복을 당했다”며 지난달 초 자신에게 온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는 “박정훈입니다. 전화 부탁드립니다(2일)” “에휴 이 찌질한 놈아(5일)”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력히 항의하자 최민희 위원장이 국감을 정회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멱살까지 잡았는데 제가 다 덮으려고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야, 이 한심한 XX야. 너 나가”라고 소리쳐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틀 뒤인 16일에도 같은 과방위 국감에서 두 의원 간 설전이 재점화됐다. 결국,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아 비공개로 전환됐다. 사태는 여야의 맞고발전으로 비화됐다. 민주당은 박 의원의 욕설과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계설’ 언급 등을 문제 삼아 박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고, 국민의힘은 박 의원의 문자와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김 의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맞고발했다.

20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또 다른 논란이 이어졌다. 최혁진 의원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가족을 언급하며 “나 의원의 배우자인 김재호 춘천지법원장을 향해 김건희 여사 계부 김충식 씨를 아느냐”고 추궁했다. 그는 “김씨가 새로 만나는 내연녀를 나 의원의 언니가 소개했다고 이야기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법원장은 “(김 씨를) 모른다”고 답했고, “나 의원은 언니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 의원은 “그럼 고소·고발하실 생각이 있느냐”고 세 차례 되물었고, 김 법원장은 “언니가 없다”고 다섯 차례 반복해 답했다. 국감장은 냉소와 실소가 뒤섞였다.
통상 외국의 상설적·전면적 의회 감사제도와 달리 우리나라의 국정감사는 특정 기간에 한정돼 진행된다. 1970년대 유신체제 시절 폐지됐다가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부활했지만, 매년 반복되는 여야 충돌과 폭언·고성으로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정도면 차라리 국감을 없애도 되지 않느냐”는 냉소 섞인 평가까지 나온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2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감 중간점수를 준다면 마이너스”라며 “차라리 안 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국감을 해서 국가와 민족에 도움이 된 일이 거의 없고 오히려 국민 교육에 상당히 심대한 타격을 줬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국감에서 쏟아진 그 막말을 모아놓으면 욕설 대잔치”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