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차량용 AVN 개발 맡아
GV80 등에 웹OS 콘텐츠 플랫폼 공급
양사 전장 분야 협업체계 더욱 강화할 듯

LG전자가 현대자동차그룹과의 25년 협업을 통해 ‘신뢰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단순한 공급관계를 넘어 연구·디자인·구매 등 현대차 전 조직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웹OS 플랫폼 등 미래차 핵심 기술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 특히 LG전자가 전장 분야를 신사업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양사 간 협업 체계는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성태 LG전자 VS스마트 한국영업담당 상무는 최근 사내 인터뷰에서 “LG전자가 글로벌 톱티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와의 협업이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디자인, 연구소, 구매 등 각 부서의 역할과 방향이 명확히 구분된 고도화된 조직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부서별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LG전자는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었다.
조 상무는 “현대자동차의 구매, 연구소, 디자인, 상품 부문은 모두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무부터 경영진까지 전방위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며 “25년간 협업하며 명확한 니즈는 물론, 숨겨진 ‘페인 포인트’까지 찾아내는 감각을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글로벌 OEM과 협업한 경험, 경쟁 속에서 다져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향 AVN(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 수주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AVN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핵심축으로, 운전자에게 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동시에 제공한다.
조 상무는 “당시 현대차는 이미 해외 티어1 업체와 계약 중이었지만, 해당 업체가 가격 인상과 물량 조정을 요구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며 “LG가 가전 사업에서 쌓은 빠른 개발 역량과 준비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결국 수주에 성공했고, 연구소에서도 큰 사명감으로 대응해 고객과 약속된 일정에 맞춰 양산에 성공했다”며 “이를 계기로 현대차 AVN 운영 구조에 처음 진입했고, 이후 글로벌 전용 차량용 AVN 개발까지 추가 수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더 나아가 현대차에 차량용 웹OS 콘텐츠 플랫폼(ACP)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웹OS는 LG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운영 체제다. LG전자는 자동차 환경에 맞게 개발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2024년형 제네시스 GV80과 GV80 쿠페 신모델에 차량용 웹OS를 적용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 ‘EV3’에 공급하며 전기차까지 범위를 넓혔다.
조 상무는 “고객과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며 “25년간 쌓아온 동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미래차 생태계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LG전자가 기업간거래(B2B) 중심 축으로 전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양사 간 협업 구도는 더 끈끈해질 전망이다.
전장 사업 호조가 이어지며 실적 개선세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LG전자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3분기 약 120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은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 행사에서 “2030년까지 누적 2000만 대에 차량용 웹OS 콘텐츠 플랫폼 공급하겠다”며 “차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사용자 경험 중심의 '바퀴 달린 생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