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국회의 ‘사회적 대화’ 걱정 앞서는 이유

입력 2025-10-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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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노동계 편향된 구조로 공정성 의문
합의 안될 땐 정치바람 휘둘릴 소지
선진국은 ‘합의주의’ 늪서 탈피 추세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 기구’가 지난 15일 공식 출범했다. 이 기구에는 노동계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경영계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참여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노사정 3자가 포함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달리 정부가 대화주체에서 빠졌고, 1999년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던 민주노총이 26년 만에 사회적 논의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이 기구는 앞으로 경영계와 노동계가 각각 제안한 ‘첨단·신산업 경쟁력 강화’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보호’ 관련 의제들을 놓고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많은 기대와 희망을 품고 출범한 국회의 사회적 대화 기구를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지금도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는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노동계의 입김에 의해 사회적 대화가 휘둘려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계 대표로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정책협의 등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탈퇴카드를 꺼내들며 정부를 압박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국회 사회적 대화는 경사노위보다 더욱 불안한 형태로 운영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무엇보다 힘의 균형이 노동계에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그나마 정부가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꽤 노력한다. 노사가 반대하면 한발짝씩 양보하도록 설득하고 조정도 한다. 그런데 정부가 빠진 국회 대화기구는 노사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적 바람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의 우군이어서 노사 간 대화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대화 테이블 뒤에서 노동계를 지원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노사 당사자 간 대화가 아니라 노동계와 정치권이 주도하는 노정대화로 변질될 수 있다. 또한 친노동정책들이 사회적 대화란 이름을 달고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계는 사회적 대화에서 늘 찬밥신세였다. 정부와 노동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약자여서 적극적인 반대입장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국회 사회적 대화에 타협보다 투쟁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데 익숙한 민주노총이 참여함으로써 경영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총은 법인세 인하 등을 요구했다가 노동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서울 경총회관 앞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제고, 법인세 인하 등을 요구하는 경총을 규탄하며 ‘경총 해체 요구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에 경영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노사가 서로 한발짝씩 양보해 이루는 타협정신을 별로 중시하는 집단이 아니다. 오로지 조직논리와 명분을 내세워 이익을 극대화하는 집단이기주의 세력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기업경영이 악화되고 대량해고가 현실로 다가오자 민주노총은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회적 대화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이때도 민주노총은 기존 경사노위가 아니라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란 별도의 대화채널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양대노총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게 됐다며 크게 반겼지만 사회적 대화는 무산되고 말았다. 민주노총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란 조직이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여기는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대화가 정말로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부 정책을 펼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노동계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판만 깔아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선진국에선 노사가 서로 양보하며 대타협을 이뤄내는 사회적 대화 모델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사회적 합의주의를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확산된 탓이다.

영국에선 1979년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집권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국가정책 결정 방식을 폐기했다. 노사정 대표가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주의는 변화와 합의를 거부하는 노조로 인해 시장경제가 훼손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사정 3자 합의주의가 발달했던 스웨덴 독일 등에서도 사회적 대화가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오래전 중단된 상태다. 우리나라도 이제 노사정 사회적 대화라는 보여주기식 겉치레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에 실제로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실사구시 모델을 도입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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