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있어도 못 쓰는 현실⋯지금이 ‘급여 골든타임’”[전이성 위암에 희망을]

입력 2025-10-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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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인터뷰

▲김형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김형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환자의 경제적 여력은 치료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더 많은 환자가 신약의 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급여 등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30년 전 43.9%에서 현재 78.4%까지 개선됐지만, 전이성 위암의 생존율은 제자리를 맴도는 수준이다. 정기적인 위 내시경 등으로 꾸준히 검진을 받았더라도 암의 진행이 너무 빨라 원격 전이된 상태로 발견될 수 있고, 20~30대 젊은 나이에 주로 걸리면서 조기 진단이 어려운 미만형 위암도 있다.

최근 본지와 만난 김형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기 위암의 재발률은 5~10% 수준이지만, 2기는 20~30%, 3기는 40~50%까지 높아진다. 수술 후에는 대체로 국소 재발보다는 원격 전이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조기 발견 환자가 늘어 전체 생존율은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재발환자 상당수는 전이 단계에서 다시 치료를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위암은 병이 진행될수록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2차, 3차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1차치료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한다.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은 1차치료에서 생존율 개선을 증명한 신약으로, 14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표적치료제다. 전체 전이성 위암 환자의 38%가 보유한 클라우딘18.2란 바이오마커를 타깃한다.

김 교수는 “빌로이는 임상 3상 연구에서 아시아 환자군에 대한 절대적인 개선 수치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한국인 환자를 대상 하위 분석 데이터에서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가 30.0개월에 달했다”라면서 “생존기간 연장이란 데이터는 암의 진행을 늦춰서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전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심, 구토 등의 이상반응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지만 항구토제를 예방적으로 사용해서 조절 가능하고, 초반에만 잘 관리하면 안정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로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2021년 3월부터 빌로이 임상 연구에 참여해 4년 이상 치료를 이어오고 있는 60대 남성이 있다. 그는 “해당 환자는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내원했음에도 빌로이의 치료 효과가 굉장히 우수하게 나타나 3주에 한 번 항암치료를 받는 것 외에는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 생존하는 사례가 분명히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명확한 치료 효과에도 모든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빌로이를 권하지 못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 사이클(3주)마다 수백만 원을 낼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게다가 투여 횟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라면서 “돈이 없어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 환자는 좌절감을, 보호자는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제도적 공백이다. 김 교수는 “일본 등은 신약이 승인되는 동시에 급여가 적용돼 환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한국은 승인과 급여가 별개의 절차로 진행돼 간극이 생기면서 치료 접근성의 격차가 벌어진다. 신속한 급여화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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