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기름값 공개 효과 '공염불'

입력 2009-08-31 14:4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유통 마진 축소 등 평가 어려워…정유사간 '눈치보기' 긍정적

정부가 고공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한 마지막 비장의 카드로 제시했던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제도를 시행한지 8월말 현재 4개월여가 경과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제도는 지난 5월1일 부터 시행된 조치로 정유4사 평균으로 공개되던 공급가격을 회사별 평균가로 한국석유공사와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을 통해 주간 단위로 공개해 소비자가격을 끌어내리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특히 이 제도는 2년 일몰제로 시행되며 이후 연장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가 초창기 뜨거웠던 관심에 비해 별 의미 없는 '주말 고시(告示)'로 전락한 모습이다.

시행 당시 정유사들은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오히려 '공개 못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으면서, 정부 지침대로 공개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시행 4개월여의 시간이 흘르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소비자 가격상에 정유사들의 경쟁 효과가 반영되기 보다는 정유사간 '최고가 피하기'식 눈치를 보면서 제품가격을 결정짓는 유통마진 등이 다시 제도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예정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기름값의 50~60%를 차지하는 세금을 빼고 진행되는 가격 경쟁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유사별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가 가장 적었을 때는 7월 첫째주로 ℓ당 2.11원, 가장 컸을 때는 6월 첫째주로 21.68원인 만큼 ℓ당 2~20원 싸움이다 보니 사실상 가격 경쟁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선 제도 시행 이전부터 정유사가 공급하는 기름값의 마진이 ℓ당 20원 안팎이어서 시장 논리에 맡겨놔도 자율경쟁에 의해 유통마진이 적정 수준에서 결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제도 시행으로 의미있는 변화가 감시됐던 유통마진도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책효과를 결론 짓기가 어려워졌다. 유통마진이란 정유사의 세후 공급가격에 주유소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붙는 유통비용 및 마진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제품 가격 공개를 한 뒤 주유소의 유통마진(세후 보통휘발유) 비율은 8%에서 지난 6월 한때 3% 수준까지 떨어진 후 등락을 거듭하다 8월 셋째주 현재 4%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급격한 석유제품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아직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다만 정유사간 '최고가 피하기' 눈치 작전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5월 첫주부터 8월 셋째주까지 지난 4개월간 정유사별 유류 공급가격(보통휘발유 세전)을 조사한 결과, SK에너지가 1회, GS칼텍스 9회, 현대오일뱅크 6회에 걸쳐 '최고가 제공업체'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이후 주간단위 발표자료를 모니터링 한 결과, 이전에는 최고가 GS칼텍스, 최저가 SK에너지의 형태였다면 최근엔 최고가 정유사가 자주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를 상당히 의식하고 업체별로 눈치를 많이 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서는 기름값 상승만을 놓고 단순 비교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국내 휘발유값 상승폭이 더욱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책이 처음 시행된 5월 첫째주 평균 보통휘발유값은 ℓ당 1430.78원이었으나 8월 셋째주 현재 ℓ당 1610.33원으로 179.55원(12.5%) 상승하면서 올 들어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시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4.71달러에서 70.47달러로 15.76달러(28.8%) 올랐다.

언뜻 정유업계의 주장이 맞는듯 하지만 이 또한 허점이 있다. 정부의 세금을 제외한 정유사가 공급하는 보통 휘발유값(세전)은 5월 첫째주ℓ당 555.41원으로 8월 셋째주 717.62원으로 ℓ당 162.21원(29.2%) 상승해 국제유가 상승분 보다 높았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이번 제도 시행에 따른 정책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정유사 및 주유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중에 있으며, 오는 9월말 경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민희진 "음반 밀어내기 권유 사실…하이브에 화해 제안했다"
  • "제발 재입고 좀 해주세요"…이 갈고 컴백한 에스파, '머글'까지 홀린 비결 [솔드아웃]
  • 부산 마트 부탄가스 연쇄 폭발…불기둥·검은 연기 치솟은 현장 모습
  • "'딸깍' 한 번에 노래가 만들어진다"…AI 이용하면 나도 스타 싱어송라이터? [Z탐사대]
  • BBQ, 치킨 가격 인상 또 5일 늦춰…정부 요청에 순응
  • 트럼프 형사재판 배심원단, 34개 혐의 유죄 평결...美 전직 최초
  • “이게 제대로 된 정부냐, 군부독재 방불케 해”…의협 촛불집회 열어 [가보니]
  • 비트코인, '마운트곡스發' 카운트다운 압력 이겨내며 일시 반등…매크로 국면 돌입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5.3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761,000
    • -0.75%
    • 이더리움
    • 5,315,000
    • +0.11%
    • 비트코인 캐시
    • 645,000
    • -0.54%
    • 리플
    • 729
    • +0.14%
    • 솔라나
    • 233,700
    • -1.06%
    • 에이다
    • 628
    • -0.63%
    • 이오스
    • 1,133
    • -0.79%
    • 트론
    • 156
    • +0.65%
    • 스텔라루멘
    • 150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800
    • -1.04%
    • 체인링크
    • 25,960
    • +3.72%
    • 샌드박스
    • 608
    • -0.3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