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이 마을로 들어왔다… 거창 남하면 ‘찾아가는 진료’

입력 2025-10-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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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닥터스·온병원 의료봉사

▲그린닥터스와 온병원이 거창군 남하면 국내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온병원)
▲그린닥터스와 온병원이 거창군 남하면 국내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온병원)

10월의 끝자락, 경남 거창군 남하면 지산복지회관 앞마당.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평소엔 어르신들의 마을 사랑방으로 쓰이던 이곳이 이날만큼은 작은 병원으로 변했다.

부산 온병원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가 함께한 '찾아가는 진료'가 열린 것이다.

농촌 회관, 하루 동안 병원으로

안과, 외과, 한방과, 내과 의료진이 진료 테이블을 펴고 혈압계와 청진기를 손에 쥐었다. 간호사들은 진료 접수를 받고, 봉사자들은 안내와 약품 정리에 나섰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전기완 외과과장, 전창원 응급의학과장, 신대범 한의사 등 40여 명이 동참했다.

“혈압이 높아도 병원 가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와 주니 정말 고맙지요.”

79세 신순악 어르신의 얼굴에는 안도와 반가움이 묻어났다. 무릎 통증으로 걷기조차 불편했지만, 오랜만에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난다고 했다.

이날 하루 동안 91명의 주민이 진료를 받았다. 혈압·혈당 측정, 근골격계 통증 치료, 안질환 상담, 침 시술까지 이어졌다.

남하면은 인구 1,380명 남짓의 농촌이다. 마을엔 보건지소 두 곳이 있지만 응급실은 없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 구급차를 타고 거창읍 적십자병원까지 이동해야 한다. 길이 멀고 험해 생명을 다투는 시간에 큰 불편이 따른다.

전기완 외과과장은 "단순한 감염이나 통증도 병원 접근이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봉사가 지역 보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액도 놔주시고, 밥도 같이 먹었어요”

지산리 복지회관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진료를 마친 주민들은 의료진과 함께 점심을 나누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산에서 온 사람들이 이렇게 친절하게 수액도 놔주시고, 밥도 같이 먹으니 고맙지요. 다음엔 노래자랑도 하면 좋겠어요."

농담 섞인 말에 의료진도 미소를 지었다.

진료 현장은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닌, 함께 사는 마을의 온기를 되살리는 시간이었다.

'의료 사각지대'에 온기 전하는 발걸음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의료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점점 의료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서·산간 지역을 직접 찾아가 왕진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봉사는 단순한 하루의 진료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보건복지망을 구축하는 작은 시작이 되었다.

남하면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지만, 창포원·파크골프장·야구장 등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며 ‘생활 인구’ 유입에 힘쓰고 있다. 거창군은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지역 거점 의료기관 유치를 추진 중이다.

그 구호처럼 이번 '찾아가는 진료'는 단순한 의료봉사를 넘어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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