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송환한 팔레스타인 시신에 고문·처형 흔적 다수 발견돼

가자 의료진 “시신에 눈가리개·손 묶인 흔적”
이스라엘, 신원표 제거하고 시신 돌려보내
DNA 분석 장비 없어…신원 확인에 유족 참여
하마스의 시신 송환 지연에 불안한 평화 이어져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있는 나세르 병원 바닥에 이스라엘이 전쟁 중 억류했던 팔레스타인 사망자들의 시진이 비닐 봉지에 담겨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로 돌려보낸 팔레스타인인 시신 90구 중 상당수에 고문과 처형 흔적이 발견됐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휴전 협정에 따라 하마스는 전쟁 중 사망한 인질들의 시신 일부를 이스라엘에 넘겼고, 이스라엘 역시 전투 중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시신을 두 차례에 걸쳐 가자지구로 이송했다.

그런데 가자지구 내 의료진에 따르면 송환들 시신들 상당수에서 눈가리개, 손 결박은 물론 머리 총상 등을 입는 등 고문과 처형의 흔적이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로부터 시신을 넘겨받은 아흐메드 알 파라 나세르 병원 소아과 박사는 “대부분의 시신이 눈가리개를 하고 있었고 결박된 상태였다”며 “두 눈 사이에 총상의 흔적도 있는 등 거의 모두가 처형당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 파라 박사는 “피부에는 살해되기 전 구타 당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흉터와 변색된 피부 반점이 있었다”며 “사후에도 시신이 훼손된 흔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스라엘 당국이 냉장 보관해오던 시신들을 이름표 없이 번호표만 붙여 돌려보낸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알 파라 박사는 “전쟁으로 병원 시설이 파괴되며 DNA 분석 장비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유족이 계속 고통을 겪기를 원해 이름표 없이 시신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자지구 병원 의료진들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시신의 신원을 하나하나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라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시신 상호 송환이 이번 휴전 합의가 파기되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현재 휴전 합의 1단계 조치에 따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인질 시신 28구 인도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8구의 시신만 인도된 상태다. 또한, 이스라엘 측은 돌려받은 시신 중 1구는 명단에 없는 인물이라며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반입을 제한할 계획을 밝혔다가 하마스 측이 시신 4구를 추가로 반환하겠다고 발표한 뒤 물자 유입을 다시 허용하는 등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