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승진·보상에 KPI를 묶어 책임 강화…돌봄 체계도 재설계

"여성 이사 비율 30%는 문화가 바뀌는 임계치입니다."
제니퍼 바커(Jennifer Barker) 30%클럽 글로벌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목표 설정·공시·경영진 보상 연동으로 여성 리더십 확대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이끌고 있는 '30%클럽'은 2009년 영국에서 출범한 민간 연대로 이사회·경영진의 여성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20여 개국, 100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래리 핑크, 워런 버핏 등이 회원으로 참여 중이다.
바커 회장은 이러한 참여와 실행의 결과를 소개하며 '여성 리더십 제도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FTSE100의 여성 이사 비중은 2010년 12%에서 최근 45%까지 높아졌다. FTSE350 역시 42%를 기록중이다.
반면 한국은 더디다. 교육 수준과 경제활동 참여율은 높지만 OECD 내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13년째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직내 여성 비중 역시 △리더 20% △이사회 21% △임원 17%에 머물러 있으며 성별 임금격차도 세계 최하위다.
바커 회장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한국은 공시와 책임을 중시하는 산업적 토대가 마련돼 있으므로, 업계 차원의 공통 규칙을 통해 목표와 공시, 보상만 연동하면 변화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행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각 회사가 이사회·집행임원 여성 30% 중기 목표를 공표하고 채용·승진·이탈률 등 성별 지표를 연례 공시해 외부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임원·관리자의 인사평가에 '다양성 육성'을 KPI에 반영해 경영진 보상과 연동하는 장치를 상시화하자고 했다.
바커 회장은 "단순 할당을 넘어 목소리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는 리턴십(경력복귀 채용·교육·멘토링 패키지)을 상설화하고 부서 간·회사 간 교차 멘토링·스폰서십을 확대해 리더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돌봄 부담을 덜어낼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바커 회장은 "남성 육아휴직과 유연근무 활용도를 높이고 관리자의 팀 운영 지표에 돌봄 친화적 근무환경 조성을 반영하면 경력단절 구간의 이탈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바커 회장은 "문을 여는 것에서 끝나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는 "회의실에 앉는 숫자만 채우면 변화는 멈춘다"며 "목표→데이터 공개→책임 연동의 선순환을 굴리고 중간관리자 단계에서 실제 권한과 발언권이 보장될 때 조직의 의사결정 품질과 성과가 함께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