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계절 사라지고 2계절 고착화
계절 변화 따라 사회 문화 변화

4계절을 지닌 중위도 지역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미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4계절이 붕괴했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존재한다는 분석은 이제 일반적 현상으로 자리를 굳혔다.
대한민국은 물론, 동아시아 끝자락에 자리한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구 온난화로 인한 4계절 붕괴는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1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열도 전체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만큼 계절의 변화에 따른 정책과 산업ㆍ기술의 방향성도 새 흐름을 맞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부터 “사계에서 이계(二季)로의 변화 행보”를 경고하며 현장의 변화를 연속해 보도 중이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와 함께 닥친 사회적ㆍ문화적 변화를 심층 진단하고 있다.
먼저 일본 기상학자들은 이제 4계절의 붕괴와 이상 기후 현상을 새로운 상수, 이른바 뉴노멀로 진단 중이다. 여름은 길어지고, 여름 끝에 느닷없이 겨울로 바뀌는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 사실상 두 계절의 완충 역할을 담당해온 봄과 가을이 사라진 셈이다. 더 나아가 겨울이 짧아지는 것도 이상 기후 현상 가운데 하나다.
폭염 일수의 증가로 전력 공급 매뉴얼도 변화를 맞았다. 공공기관은 냉방 가동 지침을 바꿨고, 학교는 체육대회와 수학여행 등의 일정을 재조정했다. 계절마다 개최했던 지역 축제도 한낮을 피해 야간 또는 실내 프로그램으로 변경했다. 열지수(Heat Index)에 맞춰 폭염을 피하려는 행보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자연스레 관광업도 성수기 일정을 재조정하고 나섰다.
폭염으로 인한 여름 전력 피크 기간도 길어졌다. 이에 대한 대안도 마련하고 있다. 전력회사와 지자체는 피크 시간대 요금 감면 제도부터 손 보고 있다. 예측을 벗어난 날씨 탓에 산업계도 대응전략을 바꿨다. 수십 년 동안 철옹성처럼 지켜진 물류 관리 매뉴얼도 새로 짰다. 재고와 인력배치, 안전계획 등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매뉴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건설 현장의 지침도 달라졌다. 한여름 고열 작업 제한을 강화했고, 콘크리트 양생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기(工期) 관리 지침’도 변경했다. 날씨가 달라지면서 경제적 부담도 커졌다. 폭염에 따라 작업자 안전 규정을 강화했고, 이로 인해 인건비가 올랐다.
냉장과 냉동 의존도가 높은 유통업도 새판을 짜는 중이다. 전력 최고조 시간대에 맞춰 배송과 보관 전략을 재설계했다. 농수산 분야 역시 개화와 어획 시기가 뒤틀리면서 수확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연간 수확 및 어획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유통분야도 수십 년 이어온 ‘가을 세일’의 개최 시기 변경을 검토 중이다. 이름은 가을 세일이지만 여전히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경우가 왕왕 존재한다. 행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여름옷이 차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은 프로모션과 인력 배치를, 행정은 예산과 행사 일정을, 학교는 학사 운영 등을 실제 기후 데이터에 맞춰 재조정하고 나섰다.
계절 변화에 따른 사회 윤리 문제도 화두가 됐다. 에어컨을 살 수 있는 집과 그렇지 못한 집, 냉방이 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의 격차는 곧 건강과 안전 격차로 이어진다. 취약계층을 겨냥한 냉난방 지원, 폭염쉼터 운영 기간 확대 등 ‘기후 복지’ 장치를 공평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 시점에서 커졌다.
마이니치신문 영문판은 “지난 42년간 일본의 여름이 3주 길어졌다”라는 연구 결과를 전하며 “생활의 평등을 기후에 맞춰 재설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계절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변화는 1~2년 사이에 벌어진 돌발 변수가 아니다”라며 “이런 변화가 앞으로는 표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