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은 14일 보고서를 내고 일본의 현재 경기 여건을 고려할 때 확장 재정이 단기간에 추진될 가능성은 낮으며, 일본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도 일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총재는 확장 재정과 통화 완화를 병행하는 아베노믹스 계승을 공약으로 내걸고 아베노믹스 시즌2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일본 증시는 급등하고, 장기금리는 상승했으며,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52엔까지 약세를 보였다. 국채 30년 금리는 3.3%대로 치솟으며 1999년 첫 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총재의 정책 방향은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추진한 아베노믹스와 유사하다. 당시 일본은행은 양적·질적 완화(QQE)와 대규모 재정지출을 시행하며 물가상승률 2%, 명목성장률 3% 달성을 목표로 했다. 아베노믹스 시행 초기 주식시장은 급등하고 금리가 올랐지만, 일본은행이 국채 무제한 매입을 결정하면서 금리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도 유사한 패턴이 예상된다. 다만 현재 일본은 플러스 성장갭(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 구간에 있다"며 "2026년까지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확장 재정을 급하게 시행할 명분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지출을 늘리더라도 정책 구체화까지 시간이 걸리고, 통화완화가 병행돼야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채 금리 상승세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장기 국채 투자 시점이 올해 말부터 점차 유효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아베노믹스 당시에도 추경예산이 공식화된 뒤 추가 재정정책이 가시화되기까지 1년 이상 걸렸고, 그 기간 통화완화로 시장을 메웠다. 다카이치 총재가 취임하더라도 정책 전개 속도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는 단기적으로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통화완화와 확장 재정 기대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달러당 엔화가 2026년 상반기 146엔, 하반기 140엔 수준으로 완만히 강세 전환할 것으로 봤다. 원-엔 환율의 경우 상승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미뤄지며, 평균 940원 내외 흐름을 보일 것을 전망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원-엔 환율이 반등해 1000원대에 재진입하고, 금리 고점은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사이에 형성될 것으로 봤다. 빠른 재정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금리 고점은 내년 1분기로 늦춰질 수 있지만 이후 자본차익 기회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 연구원은 "일본 국채 30년물 기준 금리 3%대, 원-엔 환율 940원 이하 구간은 가격 매력이 높은 구간으로 평가된다"며 "올해 말부터 일본 장기 국채 신규 투자 진입 시점이 점차 유효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