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또 한 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한 '6·27 대책', 주택 공급 방안이 중심인 '9·7 대책'에 이어 세 번째다.
두 번의 대책에도 서울 '한강 벨트'와 경기도 일부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대출 한도 하향 등 대출 축소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과 세제 조치는 제외될 전망이다. 다만 고위 당정협의회 이후 부동산 시장 대책을 예고하면서 '근본적·종합적 대책'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폭넓은 방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한 달 반에 한 번꼴로 방안을 발표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대책은 시장을 흔들기 마련이다. 특히 잦으면 잦을수록 그렇다. 수요자가 집을 마련할 여건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에 서두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이 많을수록 시장의 불안정성은 커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한다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 때 잘 드러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집값 폭등의 배경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당장 며칠 전에도 정부가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면서 수요자들은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사실 여부를 가늠하려고 분주히 움직인 수요자가 적지 않다. 규제 전에 집을 사기 위해 돌아다닌 사례도 있다고 한다.
빈번한 대책은 정부가 임기응변식 대응을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땜질식 처방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종합적 상황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책이 나오면 시장은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규칙이 바뀌면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너무 자주 바뀌면 갈피를 잡기 어려워 길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눈앞의 장애물을 피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방향을 잃고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시장이 제 길을 모색하기도 전에 정부가 끼어드는 일이 반복되면 어떤 방식으로도 풀기 힘들게 엉키고 부작용을 만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추가 규제 가능성에 따른 실수요자의 불안감이 이번 정부의 앞선 두 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이런 배경에서 가격을 억지로 누르려 하다 역효과만 날 수 있으니 시장이 숨 고르기를 하고 침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꾸준한 공급 신호로 수요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된다.
부동산 시장은 단기 처방으로 안정되지 않는다. 잠시 누를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대책이 많을수록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시장의 불신을 키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무엇을 규제할지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지를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은 쉴 새 없는 공세가 아니라 시장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나침반이 돼야 한다. 예측 가능한 방향이야말로 정부가 시장에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신뢰다.
아울러 정책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무기가 아니라 균형을 맞추는 수단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시장 질서 교란과 과열에 단호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실수요자의 선택과 합리적 판단을 제약하는 칼날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