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 타고 HD현대일렉트릭 10.7% 상승
수급 쏠림에 방산 제동…한화에어로 5%↓

추석 연휴를 마치고 열린 10일 증시 상승세를 주도한 업종은 반도체였다. 전력기기와 정보기술(IT) 관련주에도 훈풍이 불었다. 반면 방산, 조선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 반도체 지수는 추석 연휴 직전 개장된 2일 대비 10.40% 올랐다. 같은 기간 사상 첫 3600선을 뚫은 코스피 수익률(4.48%)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이 일제히 강세를 띠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6.07% 오른 9만4400원으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SK하이닉스는 8.22% 치솟아 42만 원 선을 돌파했다.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311조5850억 원으로 창립 이래 처음 300조 원을 넘겼다. 이로써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300조 원이 넘는 종목에 삼성전자(558조8138억 원)를 이어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도 급등했다. 한미반도체(25.50%)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주반도체(25.48%), 대덕전자(19.80%), 해성디에스(19.24%), 원익IPS(15.75%), 퀄리타스반도체(13.21%), LX세미콘(7.82%) 등도 동반 상승했다.
HD현대일렉트릭(10.74%), 일진전기(9.37%) 등 전력기기 종목도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상승했다. IT와 에너지 기업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5.11%, 3.50%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5.33% 뛰며 시가총액 상위 7위에 안착했다.
이들 업종은 ‘큰 손’ 외국인,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6020억 원)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3756억 원), 네이버(925억 원), 삼성전기(418억 원), 카카오(373억 원) 등을 주로 샀다. 기관은 두산에너빌리티(1257억 원), 삼성전자(344억 원), 한미반도체(330억 원) 등을 겨냥했다. SK하이닉스는 개인(2423억 원)의 추격 매수가 두드러졌다.
AI 관련주에 수급이 몰리며 방산, 조선 업종은 주춤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19% 하락했다. 풍산(-5.52%), LIG넥스원(-5.33%), 한화시스템(-4.61%) 등도 주가가 밀렸다. HD현대중공업은 2.46% 떨어졌고 HJ중공업(-8.62%), SK오션플랜트(-6.18%), STX엔진(-4.94%), 팬오션(-4.77%), 한화오션(-1.00%) 등도 내렸다.
증권가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AI를 동력으로 삼은 반도체 관련주가 당분간 증시 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픈AI, xAI 등 대규모 계약을 포함해 시장은 여전히 AI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AI 투자 확대는 수급이 타이트한 메모리업체에 더 긍정적이며 내년 이후 시장을 향한 기대감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픈AI가 요구한 월 900만 장 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월별 생산량(39만 장)의 두 배 이상”이라며 “이런 수요 전망은 국내 반도체 업체 실적이 적어도 2027년까지는 크게 개선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