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엔저 겹치며 환율 1420원 돌파

추석 연휴 직후 국내 금융시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코스피는 반도체 랠리를 앞세워 사상 처음 3600선을 돌파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를 반영하며 1420원대로 치솟았다. ‘코스피 최고가–환율 급등’이라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1.39포인트(1.73%) 오른 3610.60으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첫 3600대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3617.86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90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6.07% 급등하며 9만44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8.22% 뛰어 42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매수세가 연휴 직전(3조1270억 원)에 이어 이틀 연속 유입되면서 반도체 쏠림장이 이어졌다. 코스닥도 0.61% 오른 859.49로 마감하며 상승 흐름을 동반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원 오른 1421.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4월 3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 1424.5원까지 오르며 1420원대 중반을 넘겼다.
달러인덱스가 연휴 기간 97선에서 100선에 근접할 만큼 달러 강세가 심화된 데다, 미국 정부의 3500억 달러 규모 현금 투자 압박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달러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에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가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엔화 약세가 심화된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과 대미 투자 부담이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며 “미국 셧다운 가능성, 연준 금리 인하 속도 불확실성 등도 안전자산 선호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