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B200·H200 기반 고성능 클러스터 구축
중소기업·대학에도 개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이 미국에서 ‘AI 워크로드 최적화’를 위한 새로운 전초기지를 세웠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코르도바(Rancho Cordova)에 AI 센트럴랩을 공식 개소했다. 새 연구소는 자체 개발 SSD와 고객사의 소프트웨어를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개방형 실험 공간으로, 인공지능(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스토리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설은 솔리다임 본사 인근 GPU 스타트업 팜GPU(FarmGPU) 캠퍼스 내에 자리 잡았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B200’과 ‘H200’을 탑재한 고성능 컴퓨팅 클러스터 환경을 기반으로 실제 AI 학습·추론을 수행한다. 솔리다임은 GPU 가까이에 스토리지를 배치해 데이터 이동 병목을 줄이는 방식으로 AI 처리 효율을 높이는 아키텍처를 실험 중이며, 장비를 중소기업과 대학 연구진에도 개방해 ‘열린 혁신(Open Innovation)’ 플랫폼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그렉 매트슨 솔리다임 제품·마케팅 총괄은 “AI는 앞으로 10~20년간 산업 전반을 바꿀 거대한 물결”이라며 “AI 센터는 그 변화의 초입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초기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효율적이고 비용 경쟁력 있는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솔리다임의 이번 행보를 SK하이닉스의 글로벌 AI 메모리 전략과 맞물린 ‘AI 시너지 실험’으로 본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솔리다임은 데이터 저장·처리 효율을 높이는 SSD 솔루션으로 ‘AI 데이터 인프라’ 전반을 완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솔리다임은 내부적으로 AI 활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병행 중이다. 솔리다임은 올해 5월 사내 전용 AI 어시스턴트 ‘솔리다임GPT(SolidigmGPT)’를 도입해 임직원의 일상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AI 활용 방안을 시연하는 ‘데모데이(Demo Day)’를 열어 우수팀에는 5000달러(약 7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로런스 프랭클린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사내 AI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는 예상보다 많은 제안이 몰려 초기에는 전체의 40%만 시연할 예정”이라며 “AI를 폭넓게 적용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경쟁사 대비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엔지니어링 업무는 과거 석 달 걸리던 작업이 AI 도입 후 이틀 만에 끝나는 수준으로 효율이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매트슨 총괄은 “AI 도입의 목적은 인력 감축이 아니라 기존 인력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며 “AI로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해내는 것이 핵심 게임”이라고 말했다.
한편, 솔리다임은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9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출범한 메모리 자회사다. 현재 전 세계 약 18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미국 본사에는 연구개발과 경영인력 700여 명이 근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