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나스닥도 역대 최고치 갈아치워
증시와 동반 상승 이례적 흐름

한때 위기 때만 찾던 ‘피난처 자산’ 금이 시장의 ‘주류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불안과 통화 완화 기대, 정치·지정학 리스크가 뒤섞인 복합 위기 속에서 금은 더 이상 단순한 안전판이 아니라 경기 방향과 무관하게 통하는 ‘전천후 투자 자산’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4000달러대에 안착했다. 거래의 중심인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장보다 66.1달러(1.7%) 오른 온스당 4070.5달러에 장을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장중 한때 4081.00달러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여겨지는 금은 지난해 27%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54% 폭등했다. 글로벌 주식시장 상승률과 비트코인 수익률을 모두 웃돌았다. 달러화와 원유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금본위제 폐지로 귀금속 가격이 15배 급등했던 197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은값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은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49.5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11년 4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급등세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무역 전쟁을 재점화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공격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급격히 키웠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8일째 이어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수요가 더욱 거세졌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결과에 따른 엔화 가치 하락,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의 사임 이후 심화한 프랑스의 정치적 위기, 연준 금리 인하 전망, 각국 중앙은행들의 비달러 자산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도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금이 더는 위기 때만 통하는 자산이 아니라 어느 환경에서도 버티는 ‘올웨더 투자처’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에 대한 선호는 전통적으로 경기 불안과 위험 회피 심리를 반영하지만, 이번에는 주식시장과 나란히 상승하는 이례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인공지능(AI) 낙관론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금값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는 금이 더는 위기의 피난처가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호주 KCM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시장분석가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흐름은 금이 점점 더 투자 1순위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금은 여러 측면에서 모든 상황에 적합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위험 회피 국면과 위험 선호 장세에서 모두 상승 여력을 보여주고 미국과 세계 곳곳의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계속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금은 더는 방어적 투자 수단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현재 시장 역학 속에서 투자 자산으로서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