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조7천억 원 소요 예상…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예고
국감 기간 중 본회의 개최 추진…1987년 이후 두번째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연휴 직전 제시한 69개 민생법안 처리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10월 중순 국정감사 기간에도 본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69개 법안을 민생경제 활성화 25개(36.2%), 사회안전망 강화 20개(29.0%), 지역균형발전 14개(20.3%), 노동권 보호 10개(14.5%)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예상 수혜자는 2300만명으로 전체 인구 5200만명의 44.2%에 달한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개 핵심법안을 제시했다. 영유아보육법, 응급의료법, 고용보험법, 상가임대차보호법, 중소기업기본법, 농어촌정비법, 장애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청년기본법, 주택법이다. 이들은 여야 합의 가능성이 높은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된다.
해당 법안들을 살펴보면 먼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도서벽지·농어촌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확대가 핵심이다. 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현행 50%(서울 20%)에서 70%(서울 40%)로 20%포인트 인상한다. 경기도는 이 개정안 통과 시 연간 1117억 원의 도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12조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인구감소 지역에 우선 설치하도록 규정하지만, 실제 운영비 지원은 도시지역 대비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실 뺑뺑이' 방지를 위한 응급환자 분류체계 개선이 목표다. 구급대원이 응급실과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전용회선) 설치를 의무화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간 실시간 정보 공유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보건복지부는 응급환자 이송 시간을 평균 20~30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대규모 고용위기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기존 270일에서 최대 330일까지 60일 연장한다. 직업훈련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는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최근 조선업계와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집단해고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지역 단위 고용위기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관리비 항목 투명화를 통해 임대인의 우회 임대료 인상을 차단한다. 월 10만 원 이상 관리비는 세부내역 표기를 의무화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28.1%가 '과도하거나 불분명한 관리비'를 가장 큰 부담 요소로 꼽았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임대인이 5%를 초과해 차임이나 보증금을 증액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지만, 일부 임대인들이 차임 대신 관리비를 대폭 인상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은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한도를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출 금리도 연 3.0%에서 2.5%로 인하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들의 기존 대출에 대해서는 3년간 원금 상환 유예 특례 조항도 신설했다.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은 농어촌 지역 생활SOC 확충을 위해 국고보조율을 50%에서 70%로 상향한다. 인구 1만명 이하 농어촌은 80%까지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연간 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대상을 1~3급에서 1~6급 전체로 확대한다. 월 지원시간도 최대 480시간에서 600시간으로 늘린다. 보건복지부는 추가로 10만명의 장애인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69개 법안 중 43개(62.3%)가 예산 수반 법안으로 총 3조7000억 원이 소요된다. 사회안전망 강화 분야 1조8000억 원(48.6%), 민생경제 활성화 1조2000억 원(32.4%), 지역균형발전 5000억 원(13.5%), 노동권 보호 2000억 원(5.4%) 순이다.
다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해당 법안들의 10월 중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한 상황에서 어떤 법안이라도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관례를 깨고 10월 중순 국정감사 기간 중 본회의 개최 추진에 나선 상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정감사 기간 중 본회의는 단 한 차례만 열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