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재무당국이 통상협의 의제에 포함됐던 환율정책에 합의했다. 국제수지 조정 저해·부당한 경쟁우위 확보 목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환율정책 투명성 제고를 위해 현재 분기별로 대외 공개하는 시장안정조치의 월별 내역을 미 측에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공유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미 재무부는 1일 이러한 내용의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정책 합의'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4월 24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2+2 통상협의'에서 미 정부 요청으로 환율 분야가 의제로 오른 뒤 관세 협상과 구분해 한미 재무당국 간 별도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이번 합의에서 한미 재무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 협정문에 따라 효과적 국제수지 조정을 저해하거나 부당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환율·국제통화시스템을 조작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거시건전성 또는 자본이동 관련 조치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고, 정부 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위험조정과 투자 다변화 목적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했다. 또한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고려돼야 하며 환율 방향에 관계없이 대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한미 재무당국은 외환시장 상황 및 안정을 모니터링하고 상호 소통 강화를 위한 지속된 노력의 일환으로 투명한 환율정책과 이행 중요성에 동의했다. 특히 기재부의 요청으로 이번 합의문에 포함된 '안정'(Stability) 표현은 앞서 발표된 일본과 스위스의 대미 환율 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정여진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전날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과 우리와 함께 관심을 갖고 외환시장 '안정'을 본다는 것은 우리 안정도 중요 요소로 보고 협의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는 없으니 나중에 (안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합의 내용이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인 협의를 해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정책 투명성 제고를 위해 현재 분기별로 대외 공개하고 있는 시장안정조치의 월별 내역을 미 재무부에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공유하기로 했다. 합의문에는 '양국'(both countries)이라는 표현이 쓰였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자국 시장개입을 굳이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의 의무사항이다.
또한 IMF 양식에 따라 월별 외환보유액·선물환포지션 정보를 공개하고 연도별 외환보유액 통화구성 정보를 대외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될지 주목된다. 앞서 한국은 작년 11월 미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고 올해 6월 반기보고서에서도 유지됐다.
미국 재무부는 종합무역법·교역촉진법에 따라 반기별로 주요 교역대상국의 거시경제와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환율조작국) 또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 평가 기준은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상품+서비스 흑자 150억 달러 이상) △상당한 경상흑자(경상흑자 GDP 대비 3% 이상) △지속적·일방향 시장개입(8개월 이상+GDP 2% 이상 달러 순매수) 등 3개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경상흑자 등 2개 요건에 해당해 지난해 하반기 환율보고서에 이어 관찰대상국이 유지(3개 충족 시 심층분석국 지정)됐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흑자는 263억 달러로 이미 미국 기준치를 넘어섰고 경상수지 흑자도 GDP 3% 초과가 유력하다. 현 기준이 유지되거나 예외조항이 없다면 11월 반기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 재지정이 불가피하지만, 이번 합의로 한국이 다른 기준을 적용받을 경우 해당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과장은 "11월 환율보고서 틀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한국이 미국 기준을 크게 뛰어넘고 있기 때문에 기준을 조금 완화한다고 관찰국에서 벗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