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잃어버린 서류들

입력 2025-09-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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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어느 가을 아침 검사실 실장님이 응급으로 주치의에게 전달하라는 메시지가 적힌 조직검사 결과지 한 장을 들고 왔다. 이런 경우는 대개 조직검사 결과가 암이라는 이야기다.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오시라고 전했다. 병원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으면 대부분 직감적으로 조직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왔나 걱정도 할 텐데 토요일 오전에 결과를 들으러 온 60대 남자분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듯했다.

‘2년 전 내시경에서는 역류성 식도염만 있었는데 이번 검사에서는 식도 아래 이렇게 염증 부위가 있어서 조직검사를 했어요. 그런데 조직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왔어요. 위암입니다. 내시경 점막절제술로 제거가 되면 좋을 텐데 수술해야 한다면 식도랑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위를 전부 절제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고는 대학병원 예약 이야기와 슬라이드 이야기, 이 과정이 어려우면 우리한테 부탁해도 좋다는 이야기까지 해 주었다. 비교적 담담히 결과를 듣고 의뢰서, 조직검사 결과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써진 메모지 그리고 내시경 시디까지 챙겨서 돌아간 환자가 얼마 뒤 다시 병원에 들렀다. “원장님, OOO 환자분 의뢰서와 조직검사 결과지 다시 출력해 주세요. 집에 가다가 요 앞 시장에서 다 잃어버리셨대요.”

나는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무 생각 없이 건강검진 내시경 결과를 들으려고 병원에 왔다가 위암이라는 소리와 함께 생소한 서류와 시디를 들고 집으로 향하던 그의 모습. 누구에게 먼저 이 황당한 소식을 알려야 할지, 예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토요일만 쉬는데 평일에 진료를 잡으려면 직장에는 뭐라 이야기해야 할지, 별 증상도 없는데 위암이라니…. 그의 머릿속은 혼돈이 밀려왔을 것이다. 주머니에 넣었다고 넣었는데 어느 순간 시디 한 장만 손에 들고 있는 그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저기요… 그런데 제가 집에 가다가 저한테 주셨던 그 종이들을 다 잃어버렸어요. 그것들을 다시 받을 수 있나요….”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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