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K팝 광장에 마련된 ‘강남 메디투어페스타’ 현장에서 만난 22살 미국인 카일라는 체험 부스를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국의 섬세한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 강남구가 ‘의료관광’ 문턱을 낮추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는 의료관광이라는 다소 딱딱한 분야를 K-문화와 융합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축제의 장으로 진행됐다.
강남구를 찾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전국 외국인 의료 관광객의 3분의 1 수준인 약 37만 명에 달했다. 의료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의 평균 6배 이상 지출하는 만큼 경제 창출 효과가 크다. 이렇듯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 필요성이 큰 가운데 강남구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이번 강남 메디투어페스타는 강남구 개청 50주년 기념 축제와 연계해 진행됐다. 강남구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코엑스와 영동대로 등 강남 주요 지역에서 ‘2025 강남페스티벌 HEY! 강남’을 진행 중이다. 이번 강남 메디투어페스타는 외국인 관광객 선호도가 높은 코엑스에서 개최돼 접근성도 우수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메디투어페스타 현장 부스에선 주한미군 가족 초청 투어가 한창이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끊임없이 부스를 찾았다. 부스 내부 ‘강남의료체험존’에선 인공지능(AI) 피부진단기로 자신의 피부 나이와 상태를 측정하고, 안과·피부과·한방 전문의에게 1대 1 맞춤형 상담을 받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대만 관광객들은 하루면 시술이 끝나는 스마일라식에, 중동 관광객들은 탈모 관리에 관심이 많다”며 “요즘에는 간단한 피부 시술을 에스테틱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수술이 아니라 시술로 진행돼 부담없이 외국인 관광객이 접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는 아예 구가 엄선한 협력 병원들을 현장으로 모셔와 상담 후 곧장 연결한다. 실질적인 연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물”이라며 “요즘에는 외국인 관광객분들이 ‘리쥬란 주사는 어느 병원이 잘하냐’는 식의 문의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이 더 전문적인 시술이나 수술을 위해 다시 강남을 찾으실 확률이 높은 만큼 구가 안전성과 외국인 환자 응대 시스템을 꼼꼼히 검증한 협력 기관을 소개하는 식으로 연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의료와 미용뿐만 아니라 한복을 차려입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K-문화체험존’ 역시 인기 만점이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아이와 함께 한복으로 갈아입고 부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사자보이즈’가 쓰고 나온 전통 갓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했다.

이런 성공적인 행사 개최 배경으로는 강남구가 구축해 온 탄탄한 의료관광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강남구청 집계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강남구와 협력하고 있는 의료관광 기관은 총 148곳이다. 이 중 의료기관이 121곳(성형외과 32, 피부과 11, 안과 14, 치과 12, 한방 7곳 등)에 달한다. 호텔, 스파, 유치업체 등 일반기관도 27개소가 포함돼 치료와 관광을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관광 인프라를 갖춘 만큼 외국인의 발길도 끊임없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2024년 37만7073명의 외국인 환자가 강남구를 방문했다. 이는 한국 전체 외국인 환자(117만467명)의 약 32% 수준이다. 서울시(99만9642명)만 놓고 봐도 전체의 약 38%에 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