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이민 다루는 전문 조직 개설
투명한 인력 운용·사후 조치 필요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집단 체포·구금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와 숙련 기술자 충원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숙련 기술자를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웠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한국에서 기술자를 파견할 수는 있었지만, 전문직(H-1B), 주재원(L-1), 투자기업근로자(E-2) 등 비자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런데 현지 건설 현장에서는 공기 준수가 최우선이었고, 숙련 기술자의 조기 투입이 절실했다. 대기업 본사 직원은 E-2 비자 등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중소 협력업체 소속 기술자들은 단기 출장 목적의 단기상용(B-1)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로 미국에 입국했다. 문제는 이들 비자가 취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결국 그들은 ICE 단속 대상이 되었고,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계약 구조와 파견 범위, 활동 내용이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백 명이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태가 불거진 뒤 한국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협상단을 급파해, 구금된 기술자들이 자진 귀국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였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 재량에 의존한 임시 봉합일 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이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다음 다섯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한미 정부 간 상시 협력이 필요하다. 통상 당국뿐 아니라 이민 당국 간 협의 채널을 적극 활용해, 현지 공장 건설에 필요한 단기 인력의 체류자격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함께 진출하는 중소 협력업체 직원들의 비자 문제 해결이 핵심이다.
둘째,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기여를 강조하며,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 비자(E-4) 신설이나 별도 쿼터를 요구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는 ‘파트너 위드 코리아(Partner with Korea)’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를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다.
셋째, 미국 진출 한국 기업의 투명한 인력 운용이 요구된다. 일정 압박 때문에 비자 리스크를 외면하는 관행은 중단돼야 한다. 파견 인력은 반드시 합법 취업 비자를 통해 투입해야 하며, 현지 법무팀과 전문 노무사를 통한 상시 점검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현지 인력을 적극 고용하고, 한국 숙련 인력이 기술을 전수하는 ‘트레이닝 비자’ 활용을 확대해 미국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넷째, 이번 사건의 사후 조치가 중요하다. 자진 귀국 기술자들이 미국 입국 금지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협상해 공식적 면제(waiver)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권익 보호이자 향후 안정적인 인력 운용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다섯째, 제도적 기반을 보강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투자와 이민 문제를 별도로 다뤄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통상과 이민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컨트롤타워, 즉 이민처나 이민청 같은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야 해외투자와 이민·취업 문제가 얽힌 복합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조지아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는 한국의 글로벌 투자 전략이 제도적 기반 없이 추진될 때 얼마나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대규모 투자와 첨단 산업 진출이 성공하려면, 그 이면에서 뒷받침되는 해외 파견 인력의 합법적 체류와 권익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해외투자와 이민·취업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