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7월 벨로시티클리어링 지분 75% 인수 등
"내수 정체, 해외 진출 사실상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어"

국내 보험사들이 잇달아 해외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DB손해보험은 미국 특수보험사 포르테그라그룹을 2조 원대에 인수했고 한화생명은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클리어링 지분을 확보하며 자본시장 진출을 확대했다. 이는 저출생·고령화와 경쟁 심화로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탈(脫)내수’ 전략으로 풀이된다.
DB손보는 26일 포테그라그룹의 지분 100%를 약 16억5000만 달러(2조3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국내 보험업계 최초의 미국 보험사 인수 사례다. 국내 보험업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인수 절차는 규제당국 승인과 종결 조건 이행을 거쳐 2026년 상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포테그라는 1978년 설립된 글로벌 보험그룹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본사를 두고 있다. 특화보험, 신용·보증보험, 보증 등 보험관련서비스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으며 미국과 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8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보험료는 30억7000만 달러(약 4조4000억 원), 순이익은 1억4000만 달러(약 2000억 원)다. 장기간 평균 90%대의 안정적인 합산비율을 유지하며 신용등급은 AM베스트 A-를 보유하고 있다.
DB손보는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손해보험 시장인 미국과 유럽 본격 진입 △수익성이 높은 글로벌 보증보험 시장 확대 △국가·보종별 리스크 다변화에 따른 수익 안정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한화생명은 7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클리어링의 지분 75% 인수를 완료했다. 국내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증권업에 직접 진출한 사례로,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넘어 북미 자본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벨로시티는 청산·결제 기능을 갖춘 전문 증권사로 최근 3년간 매출 연평균 성장률 25%를 기록하며 성장성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지분 투자 규모가 2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했다.
DB손보와 한화생명의 행보는 보험사들의 해외 사업 확장의 상징적 이정표로 평가된다. 보험사들은 인구 감소, 고령화, 저금리 등 구조적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 해외 시장은 △성장 동력 확보 △리스크 분산 △수익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로 여겨진다. 특히 선진국 보험·금융사 인수는 검증된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환율 변동성, 현지 규제·감독 부담, 문화적·사업적 차이로 인한 불안 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자본력과 리스크 흡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2023년 '보험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내 보험사업은 성장성 및 확장성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어 해외진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보험사의 보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자금조달 및 자회사 자산운용 지원과 관련한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DB손보와 한화생명의 굵직한 '딜'을 계기로 다른 보험사들도 해외 금융사 지분 투자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 성장세가 정체기라는 점이 업계의 공통된 고민인 만큼 해외 진출은 사실상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