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릴리 공장 약 4600억 원에 인수
릴리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 재편 추진
日 AGC‧후지필름, 공장 매각 및 장기 임대

글로벌 제약사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사고팔며 공급망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의약품 관세 부과 움직임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신약 개발 트렌드 변화가 맞물리면서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조정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약 46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초기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약 7000억 원이 투입되며 공장 증설에 최소 7000억 원 이상을 추가 투자해 총 1조40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인수로 셀트리온은 미국 내 직접 생산 거점을 확보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현지 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원스톱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또 릴리와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동시에 체결해 투자금 회수와 안정적 매출 확보 기반도 마련했다. 숙련된 현지 인력을 고용 승계해 공장 운영의 연속성과 전문성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릴리는 이번 매각을 통해 단클론항체 중심 생산 역량을 정리하고 비만·당뇨 신약 등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로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재편한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이달 23일(현지시간) 휴스턴에 65억 달러(약 9조 원)를 투자해 원료의약품(API)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차세대 체중 감소 약물인 오르포글립론(orforglipron)과 암, 자가면역질환 등의 치료제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의 포트폴리오 생산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AGC 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대규모 포유류 세포 기반 CDMO 시설 매각에 나섰다. 이 시설은 항체의약품 등 복잡한 단백질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포유류 세포 배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23년 기준 포유류 기반 CDMO는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75.1%를 차지하고 있다. AGC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포유류 생산은 정리하고 미생물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애틀 글로벌 본사에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포유류와 미생물 기반 생산 서비스를 이어갈 계획이다.
일본 후지필름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홀리스프링스에 보유한 CDMO 시설 2곳을 존슨앤드존슨에 10년간 20억 달러(약 3조 원)에 장기 임대했다. 앞서 리제네론과는 바이오의약품에 필요한 원액 의약품 생산을 위해 10년 동안 30억 달러(약 4조 원)를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후지필름은 미국 내 제조 확대를 추진하는 글로벌 빅파마와 긴밀히 협력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후지필름으로부터 장기 임대한 시설을 활용하는 존슨앤드존슨은 올해 3월 향후 4년 동안 미국 내 제조, 연구개발, 기술 투자를 위해 550억 달러(약 7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제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아울러 회사는 추가 첨단 제조 시설 건설 계획과 기존 현장의 확장 계획도 공유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공장 사고팔기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생산 지형이 재편되는 신호라고 본다. 관세와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직접 생산기지 확보가 필수가 되고 있으며 각 기업은 주력 파이프라인에 맞춰 생산 역량을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계획 발언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릴리, 사노피, 노바티스 등 미국 안팎의 여러 대형 제약사들이 미국 내 대규모 제조 확대를 발표했다. 특히 이달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에 의약품 공장을 짓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 의약품과 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미국 내 생산시설 매각·인수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