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규제 유지⋯영향 제한적” 관측도

금융당국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수도권 집값이 또 한 번 튀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금리를 내리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양상을 보인 만큼 부동산 수요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값을 결정하는 요소는 기준금리 외에도 수요와 공급 규모, 규제 등 다양한 측면이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둔화를 거듭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9월 들어 다시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9월 첫째주 0.08% 상승에 이어 둘째주 0.09%, 셋째주 0.12%, 넷째주 0.19% 올랐다. 보합에 가까워지던 수치가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도 9월 첫째주 전주 대비 0.02% 상승에서 둘째주 0.03%, 셋째주 0.04%, 넷째주 0.07% 오르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며 6·27 부동산 대출 규제의 약발이 다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다음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집값 상승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 이자 부담을 낮추기 때문에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서다.
이전 사례를 살펴봐도 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뛰는 양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유럽 재정 위기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자 한은은 2012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금리를 3.25%에서 1.25%로 낮췄다. 이에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70.9에서 75.7로 6.8%, 서울은 64.8에서 66.8로 3.1% 올랐다. 아파트 가격은 전국이 7.6%, 서울은 3.3%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금리가 2019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75%에서 0.5%로 낮아졌는데, 이후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79.6에서 81.4로 2.3% 상승했다. 서울은 78.4에서 81.3으로 3.6% 올랐고, 아파트 가격은 전국이 2.7%, 서울이 5.2% 상승했다. 집값이 비싸 대출 규모가 큰 서울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뛴 것이다.
다만 정부가 6월 말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은 이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이 7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의 평균 금리는 4.06%로 전월(4.01%)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주원인은 금리보다는 수요와 공급 규모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가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거래량의 변화를 살펴보는 게 집값 등락을 전망하는 데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약간 내렸다고 수요가 크게 늘긴 힘들다”며 “금리보다 더 중요한 건 대출이 나오느냐인데, 현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