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버티기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은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속적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다. 한은은 올 들어서만 두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마지막 금리인하가 있었던 5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통방)에서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통방 문구는 8월 금통위까지도 자구 한 자 바뀌지 않았다. 통방은 향후 기준금리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자료 중 하나다.
게다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예측해 볼 수 있는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방향 제시)를 보면 7월까지만 해도 4명의 금통위원에 그쳤던 금리인하 의견이 8월 5명으로 늘었다. 올해 금리결정 금통위가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한 번은 인하하겠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또, 8월 금통위에서 신성환 금통위원이 25bp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올해 두 번의 금리인하 모두 직전 금통위에서 신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주장한 후 단행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강력한 추가 인하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실행은 없고 말의 성찬만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유예·철회·번복을 반복하면서 소위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말을 들었듯, 이 총재도 라코(RACO: Rhee Always Chickens Out)라는 말을 들을 공산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능성을 높이는 밑밥이 최근 하나둘씩 더해지는 모습이다. 당초 인하 기대감이 컸던 8월 금통위도 따지고 보면 매파적(통화긴축적) 색채가 곳곳에 배어있었다.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점이나, 실질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 점,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점 등이 대표적 예다. 여기에 18일(현지시간) 이 총재는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강연에서 “중립금리를 검토할 때 금융안정을 고려해 다른 나라보다 기준금리를 약간 더 높게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21일에는 한은이 BOK이슈노트를 통해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조치가 금리인하 이후에 이뤄지는 것보다 금리인하에 앞서 시행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조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3일 한은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진 황건일 금통위원도 “지금 당장 금리를 결정하라면 개인적으로는 금융안정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8월 인하 기대가 컸다. 현재는 10월로 인하 기대를 이연한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가 최소 11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울러 설령 11월 금리인하가 이뤄진다 해도 다음번 추가 인하를 보장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금은 인하 기대보다는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가 아닐까 싶다. kimnh21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