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품목 개방 현실화 땐 쌀·축산·과일 직격탄 우려
정부 “수출 다변화·공급망 안정” vs 농민 “피해 불가피”
전문가 “보완대책·민감품목 보호 없인 농가 기반 흔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농민의 길 관계자 및 참가자들이 2022년 7월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농어업홀대 윤석열 정부 규탄, 농어민생존권 쟁취, CPTPP가입 저지 7.12범국민 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2/08/20220803151143_1783346_1200_800.jpg)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한국 농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회원국 간 평균 농산물 관세 철폐율이 96%에 달하는 만큼, 쌀·축산물·과일 등 민감품목의 추가 개방은 농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정부는 수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이라는 이익을 강조하며 통상 확대 효과와 농업 피해 최소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체결한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의 농업 부문 관세 철폐율은 72~79% 수준이다. 반면 CPTPP는 이보다 훨씬 높은 96%에 달해 농업계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CPTPP 가입 시 국내 농업 생산액이 연간 최대 44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이미 가격 하락과 수입 압력에 시달리는 농가의 경영 기반이 추가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CPTPP 가입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민감품목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보완 대책을 충분히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협정 특성상 위생·검역(SPS) 규범 강화에 따른 행정·기술 부담까지 고려하면 농민들이 체감할 압박은 단순한 관세 개방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통상 확대에 따른 실익도 분명하다고 본다. 산업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보고서를 보면 CPTPP 가입 시 국내총생산(GDP)이 0.38%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수출 확대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정부로서는 무역 다변화라는 명분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과제는 통상 확대 효과와 농업 피해 최소화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다. 전문가들은 △민감품목 개방 속도 조절 △관세할당제(TRQ) 적용 △농업직불제 강화 △검역 인프라 보강 등 다층적 보완책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또한 농민단체와의 공청회·간담회를 통한 소통이 협상 과정에서 신뢰 확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농업계 전문가는 “CPTPP 가입 논의는 단순한 협정 참여 여부를 넘어 한국 농업과 식품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좌우할 분수령”이라며 “통상 확대 효과만 앞세우다간 농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피해 최소화 대책을 현실성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