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는 규제 효과에 속도 둔화
코스피 고점 행진⋯차입 투자 수요 자극

규제 여파로 줄었던 은행권 신용대출이 금리 인하 기대감과 증시 활황이 맞물리면서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주식시장으로의 차입 자금 유입이 확대되며 ‘빚투(빚내서 투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23일 기준 104조3214억 원으로, 8월 말(104조0790억 원)보다 2424억 원 증가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늘어난 규모로, 8월 전체 증가액(1103억 원)의 두 배를 넘는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약 115억 원으로 전달(36억 원)의 3배 이상 수준이다.
올해 들어 신용대출은 큰 변동을 보였다. 4월 말 102조4931억 원에서 5월 103조3145억 원으로 8214억 원 늘었고 6월에는 1조876억 원 증가해 104조4021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6월 27일 대출 규제 시행 직후인 7월에는 4334억 원 감소하며 줄었다. 이후 8월 1103억 원 소폭 반등에 그쳤지만 9월 들어서는 보름 만에 이미 이를 뛰어넘으며 증가 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주담대는 반대 흐름을 보였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8월 말 607조6714억 원으로 7월 말(603조9702억 원)보다 3조7012억 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1194억 원씩 늘어난 규모였다. 그러나 9월 들어 23일까지는 5837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평균 증가액은 254억 원으로 전달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규제 효과가 가시화되며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하고 있다.
신용대출 확대의 배경에는 증시 강세와 투자심리 회복이 있다. 코스피는 이날 개장 직후 3497.95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주가가 고점을 향하자 레버리지 투자와 단기 자금 수요가 커졌고 공모주 청약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신용대출 잔액 증가세를 부추겼다.
이와 맞물려 주식시장 내 차입 투자 열기도 고조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3조1610억 원으로 2022년 1월 20일(23조1717억 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질수록 규모가 확대된다.
결국 대출 수요는 규제보다는 투자심리와 더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담대는 일정 부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용대출은 더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체 가계대출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증시 활황이 이어지는 한 신용대출 증가세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증시 강세와 함께 신용대출 수요가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주담대는 규제 영향으로 속도가 둔화한 반면, 신용대출은 증시 활황과 맞물려 늘어나면서 대출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