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산 시 사상 최고 멀었다 분석도

최근 수 개월간 꾸준하게 하향하던 코스피 실적 전망치가 3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코스피가 ‘불장’을 지속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연말까지 최대 3800선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으며 달러를 환산하면 사상 최고치는 멀었다는 분석도 있어 주목된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3개 이상 증권사가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제조업체 332곳의 올해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현재 229조7400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6월 초 240조 원 안팎을 기록한 이후 처음 석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코스피 실적 전망치는 이후 하향 흐름이 본격화했다. 이달 1일에는 227조7295억 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번 전망치는 이에 비해서는 0.88% 높아진 수치다.
3분기 실적 전망치만 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61조5778억 원에 머물렀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현재 62조5438억 원으로 보름여 만에 1.57%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의 실적 개선 전망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이달 초 28조5018억 원에서 현재 29조4450억 원으로 3.31% 상향됐다. SK하이닉스(1.80%) LG에너지솔루션(3.22%), LG디스플레이(9.63%), 삼성전기(0.79%) 등도 비교적 큰 폭으로 컨센서스가 개선됐다.
다만, 여타 업종에 대한 실적 컨센서스는 전기·가스(0.87%)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큰 변동이 없거나 악화했다. 특히 건설업의 올해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이달 초보다 1.50% 하향됐다. 국내 산업 전반이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인다기보다는 인공지능(AI) 붐과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전기·전자 업종이 홀로 전체 컨센서스를 끌어올린 모양새다.
국내 13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 코스피 등락 범위 상단을 3600 안팎으로 제시했다.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상단을 제시한 곳은 KB증권으로, 코스피가 연내 3800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증권사별로 IBK투자증권 3250∼3600, 다올투자증권 3080∼3620, NH투자증권 3200∼3600, 키움증권 3200∼3600, 한국투자증권 2900∼3550, 삼성증권 3100∼3500, 대신증권 3000∼3500, 신한투자증권 2850∼3500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SK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하나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각각 3650, 3600, 3550으로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등락 범위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이 코스피가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과 반도체 업황 개선, 국내 정책 기대감 등 크게 세 가지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4.25∼4.50%에서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하고, 연내 2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도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추론 생태계 확장으로 범용 반도체까지 훈풍이 불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유입, 주가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들어 신고가를 잇달아 경신 중이고, 증권가는 목표 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여러 정책도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됐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집중투표제 도입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골자로 상법이 두 차례 개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한 방안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코스피 상승에 악재로 작용할 재료도 있어 변동성 장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고치보다 15% 이상 낮다는 평가도 있다. 원·달러 환율 수준이 과거보다 현저히 높은 탓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유가증권시장이 아직 고평가 구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코스피 달러 환산 지수는 19일 장 마감 후 1204.32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원화 기준의 코스피에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을 반영해 달러 기준으로 바꾼 것으로, 당일 환율이 높을수록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환산된다.
코스피는 19일 장중 3467.89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달러 환산 지수는 2021년 1월 11일 사상 최고치(1444.49)보다 아직 17%가량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 달러 환산 지수는 19일 기준 526.49에 그쳐 차이가 더 크다. 벤처 열풍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0년 3월 10일(2205.55)과 비교하면 4분의 1 토막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 자체도 19일 863.11로, 2000년 3월 10일의 최고치(2925.50)보다 훨씬 아래다.
코스피 상승 랠리에도 달러 환산 지수가 최고치에 못 미치는 것은 고환율 때문이다. 코스피 달러 환산 지수가 최고치에 달했던 2021년 1월에는 환율이 1100원을 밑돌아 현재보다 크게 낮았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가 여전히 싸다고 느낄 수 있는 셈이다.
고환율 국면에서 수출 기업이 반사이익을 보는 것처럼 증시에서도 추가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국장(국내 증시) 수익률이 크게 오르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증시 투자 대비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올해 들어 현재까지 달러 환산 지수 상승률은 코스피보다 10%포인트(p) 가까이 높았다. 코스피가 지난해 말 2399.49에서 이달 19일 3445.24로 44% 오르는 동안 달러 환산 지수는 787.84에서 1204.32로 53% 뛰었다. 근래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지난해 말에는 1470원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연말 기준 최고치에 달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말 678.19에서 19일 863.11로 27%, 달러 환산 지수는 388.58에서 526.49로 25% 각각 올랐다.
한편 코스피가 달러 기준으로도 최고치를 경신하려면 환율보다 더 빠른 상승세를 보여줘야 하지만,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재개에도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원인 중 하나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무역·통상협상이 지목된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둘러싼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