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실적 전망 둔화에 자동차株 ‘부진’

9월 들어 코스피가 역대급 상승 랠리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지수는 단숨에 3400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는 3142.93에서 3445.24로 10% 상승했다.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38% 급등했고 삼성전자도 18% 올랐다.
반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는 뒷걸음질 쳤다. 이달 들어 현대차는 3%, 기아는 5% 하락했다. 현대모비스도 32만1500원에서 30만8000원으로 4% 빠졌다. ‘9월 불장’이라 불리는 코스피 상승세 속에서 주요 완성차 3인방만 역행한 셈이다.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부진이 확연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1일 6위에서 7위로 한 계단 밀렸고, 기아는 9위를 유지했지만, 시총 규모가 줄었다. 현대모비스는 16위에서 20위로 네 계단이나 떨어졌다. 반도체·전자 업종이 글로벌 수요 회복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모멘텀에 힘입어 시총 상위권을 지킨 것과 대비된다.
증권가에서는 자동차주의 역주행 배경으로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 불확실성을 첫손에 꼽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우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 주가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전기차 전환 비용 부담과 판매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약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가시성 둔화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CEO 인베스터데이(CID)에서 매출 성장률 목표를 기존 3~4%에서 5~6%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영업이익률 목표는 애초 7~8%였으나 미국 관세 부담 등의 변수 반영으로 6~7%로 낮췄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성장 스토리는 강화되고 있지만, 단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보수적”이라며 “특히 관세가 25%인 시나리오에서 수익성 방어와 미국 가동률 상승 여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실적 전망치 상향 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우려가 바로 관세 해소”라며 “스마트카·휴머노이드 등 미래 성장 동력의 가시성이 뚜렷하지 않아 투자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