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 관세율 韓 10.0%, 中·日 이어 3위
“기업 지원·부담 완화 정책 시급”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액은 33억 달러(약 4조5000억 원)로 세계 6위 수준을 기록했으며, 증가율은 조사 대상 10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미 관세액은 중국(259억 달러), 멕시코(55억 달러), 일본(48억 달러), 독일(36억 달러), 베트남(33억 달러)에 이어 6위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4614%(47배) 급증하며 조사국 중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캐나다는 1850%(19.5배), 멕시코는 1681%(17.8배), 일본은 724%(8.2배) 증가했다.
한국은 올 1분기까지만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부담이 거의 없었으나, 2분기 들어 보편관세 10%가 적용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4월 완성차, 5월 자동차 부품에 각각 25% 관세가 부과됐고, 철강·알루미늄 품목은 3월 25%에서 6월 50%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자동차와 부품이 전체 관세액의 57.5%(19억 달러)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이어 기계·전기전자, 철강, 알루미늄 순으로 관세 부담이 집중됐다.
실효 관세율(관세액/수출액) 기준으로도 한국은 10.0%를 기록, 중국(39.5%)과 일본(12.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328억달러로 세계 8위에 불과하지만, 관세 부담은 3위로 수출 규모 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대만(2.6%), 캐나다(2.1%), 아일랜드(0.8%) 등은 자유무역협정(USMCA) 혜택이나 품목 관세 미정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관세 부담은 명목상 수입자가 지불하지만, 실제 거래 과정에서는 수출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전가된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6월 기준 미국 수입기업이 관세의 64%를, 소비자가 22%, 수출기업이 14%를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0월 이후에는 소비자(67%)와 수출기업(25%) 부담이 늘고, 수입기업은 8%로 줄어들 전망이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기업의 비용 압박이 커진다는 의미다.
미국 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8월 조사한 결과, 주요 기업 CEO 122명 중 89%가 “공급자와 가격 협상을 강화하겠다”고 답했으며, 59%는 아예 공급자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비용 증가를 그대로 흡수하겠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 수출기업에 더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급자 지위에 있는 한국 기업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거나, 거래선 축소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우리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지난 7월 타결된 한미 관세 합의를 조속히 이행해 자동차 및 부품 관세율을 15%로 낮추고, 반도체·의약품 등 아직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은 품목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국내 생산량에 따라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제조 AI 육성, 직접보조금 지원 등을 병행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상법·노조법 개정, 법인세 인상, 주 4.5일제 의무화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입법 논의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시행될 경우, 수출기업의 경영 여건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15% 상호관세 중 수출기업이 4분의 1을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대미 수출의 3.75%가 관세로 소요되는 셈”이라며 “작년 우리 제조업 영업이익률(5.6%)과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