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명 중 1명 "성별 불이익ㆍ차별 경험"
여성 '완만한 낙관' 전망...남성이 더 긍정적

#직장인 김모(32)씨는 원하는 기업에 영업직으로 합격했지만, 1년이 넘도록 대기발령 상태였다. 같은 시기 입사한 남성 동기들은 반년 안에 수도권 지점에 배치됐지만, 여성 동기들은 더 늦게 발령을 받은 것이다. 김씨는 영업직 특성상 남성이 많긴 하지만 이렇게 뒤로 밀릴 줄 몰랐다”며 “남자 동기들이 주요 지역을 다 차지하고 나서야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건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말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직장인 최모(29)씨도 상사의 언행으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상사는 가족 계획이 없는 최씨에게 "아기는 언제 낳을 거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쓸 거면 1년 전에 말하라"는 말을 건넸다. 최씨는 "기혼자가 되니 언제든 출산으로 회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존재처럼 취급받는 태도에 기분이 나빴다"고 토로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일터 내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0명 중 6명은 승진이나 임금에서 성별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고, 여성 3명 중 1명은 성별로 인한 불이익이나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투데이가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에 의뢰해 12~13일 남녀 직장인 830명을 대상으로 '일터 내 성평등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인 53.5%가 승진이나 임금에 성별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세부 답변으로 보면 45.7%가 '영향을 미친다', 7.8%가 '매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보통이다(33.8%)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10.0%)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2.7%) 순이었다.
특히 여성 직장인 10명 중 6명(63.4%)이 성별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을 한 남성은 41.6%로, 여성이 남성보다 21%포인트(p) 높았다. 평가·보상 과정의 불투명함을 여성 구성원이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별로는 △30대(60.8%) △20대(50.0%) △40대(49.5%) 순으로, 커리어에 집중하는 30대에서 성별 영향을 특히 강하게 인식했다.
일터 내 성평등 체감도 역시 여성이 더 낮았다. '지금 직장이 성평등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불평등하다'고 답한 여성은 36.0%에 달해 남성(21.0%)보다 15%p 높았다. '평등하다'고 답한 여성은 10명 중 2명(21.0%)으로 남성(38.7%)의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전체 직장인으로 보면 일터가 평등하다는 답변이 29.0%, 평등하지 않다는 답변이 29.2%를 기록했다. 보통이라고 말한 답변은 41.8%였다.
성별로 인한 불이익이나 차별 경험은 "없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비율이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52.7%가 '없다'고 했고, '있다'는 30.4%, '모르겠다'고 말한 이들은 16.9%였다.
성차별을 느낀 이들만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여성의 35.1%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해 남성(24.7%)보다 10%p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43.8%)가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33.4%), 40대(27.7%) 순이었다.
직장 성평등에 대한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앞으로 직장 성평등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0명 중 4명(38.7%) 꼴이었다. 남성이 43.0%로 여성(35.1%)보다 더 낙관적이었다. 연령대로 보면 40대 42.0%로 가 가장 높고 20대 21.9%가 가장 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