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정책 발표로 예고했던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 브리핑을 하루 앞두고 전격 연기했다.
교육부는 18일 출입기자단에 공지문을 보내 “국가교육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해 19일 예정됐던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 브리핑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19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 장관이 직접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기자단에 사전 보도 자제를 요청하며 발표 준비에 공을 들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발표 직전 돌연 취소되면서 최 장관의 첫 정책 행보는 삐끗한 출발을 하게 됐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처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본격 도입됐다. 그러나 시행 이후 교사들의 수업·평가 부담이 커지고, 내신 산출 방식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변경되면서 학생 간 경쟁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선 교원단체에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부는 이러한 현장 반발을 반영해 ‘최소성취수준 보장제’ 완화를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해왔다. 현재 고교학점제 하에서는 학생이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출석률 3분의 2이상, 성취도 40%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교사들은 보충 수업, 생활기록부 작성, 출결 관리 등 과도한 행정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하지만 이 조항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소관하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 명시된 사항으로, 국교위의 동의 없이는 개선이 불가능하다. 총론에는 '학교는 과목별 최소 성취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예방·보충 지도를 실시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번 발표 연기 배경에는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간 협의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배용 전 국교위원장 재임 시절까지 관련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차정인 신임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정책 조율 과정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관계자는 “최 장관이 취임 직후 빠르게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국교위 새 지도부와의 소통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며 “교육정책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지난 15일 충남 금산여고를 방문해 학생·교사들과 고교학점제 관련 의견을 청취했고, 이튿날인 16일에는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고교학점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그러나 국교위 및 교원단체와의 공식적인 논의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고교학점제는 이미 2학기 수업이 시작된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교육부는 향후 국교위와 협의를 거쳐 개선안을 다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교위를 포함한 관련 기관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조속히 개선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