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부당 지원하고 30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종호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10년보다 크게 낮아졌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 법인(SPC)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세워 그룹 지주사이자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였던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지분을 인수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2021년 5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 4곳에서 3300억 원을 빼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으로 사용하고, 2016년 4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시가보다 낮게 매각한 혐의를 받았다.
또 2016년 12월에는 스위스 게이트 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33억 원에 저가 매각하고, 그 대가로 게이트 그룹이 금호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 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열사 자금이 박삼구가 지배하는 금호기업의 금호산업 주식 인수 자금으로 사용되기는 했으나, 자금 제공은 유효한 자산유동화 거래 구조에 따라 이뤄졌고 변제기와 이자 등 거래 조건도 통상적이었다"며 "자금에는 충분한 담보가 설정됐고 NH투자증권이 개입해 변제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변제 계획도 갖추고 실제로 원리금 변제가 모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회사들의 자금이 금호산업 주식 인수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이 자금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에서 볼 때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 가격 결정 과정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금호터미널 주식이 2555억 원에 매각된 사례가 있고, 상증세법상 평가 방법에 의한 결과는 방법과 적용상의 한계로 타당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 또 현금흐름할인법(DCF)에 따른 5000억~5900억 원대 평가는 불합리한 가정에 근거했거나 다른 가정의 가능성이 있어 그대로 주식 가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면 2500억~2700억 원대 평가는 다소의 오류가 있더라도 합리적 범위 내에 있다고 할 수 있고, 2700억 원의 매각 가격은 금호터미널 주식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가격이거나 적어도 적정한 주식 가치에 비해 현저하게 저가로 결정된 가격은 아니다"라며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금호그룹 계열회사가 금호기업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대여했고 박삼구 등이 이에 관여해, 박삼구에게 금호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강화하는 부당한 이익이 제공됨과 동시에 금호기업에게 시장에서 유리한 경쟁 조건을 누릴 수 있는 부당한 지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계약과 연계해 HNA그룹(게이트그룹)이 금호기업 발행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것도 금호기업에 상당히 유리한 거래로, 이로 인해 박삼구에게 부당한 이익이 제공됐고 금호기업은 시장에서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 3명도 감형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임직원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금호산업에는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