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다니엘도 뛰는데…폭염 꺾이니 드러난 러닝의 '두 얼굴'? [이슈크래커]

입력 2025-09-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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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션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션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여름은 기상청도 인정한 역대급 더위였습니다.

기상청이 4일 발표한 여름철(6~8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올여름 전국의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1위를 경신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이었다는 건데요. 그전까지 가장 더웠던 해는 지난해(25.6도)였는데, 올해는 더위가 평소보다 한 달가량 빠른 6월 말부터 시작돼 8월 하순까지 이어졌고 기온 자체도 평년보다 2도나 더 더웠습니다. 이 기간 전국 강수일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 적어 더위를 식혀주지도 못했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번 더위는 가을의 세 번째 절기 '백로'가 지나서야 누그러졌습니다. 전국의 기온이 차차 내려가고 있고요. 가을비가 지나가면서 더위도 더 꺾일 전망입니다.

선선해지는 날씨를 유독 반기는 무리도 있죠. 야외 활동하기 딱 좋은 가을 날씨, '러닝'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힙한 취향이자 콘텐츠가 됐습니다. 각종 러닝 관련 상품 매출이 쑥 늘어나고 백화점 중심에 러닝 편집숍이 오픈, 핫플레이스 동네 목 좋은 자리에 러닝 브랜드 단독 팝업이 속속 등장합니다. 최근 한 러닝 이벤트에만 1만 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렸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환호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산책로를 점령하는 크루, 상의를 벗고 뛰는 '상탈족',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고라니와 같다는 '런라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불편하다는 민원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환호와 민원이 공존하는 러닝의 '두 얼굴'이랄까요.

▲(출처=대구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출처=대구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숫자가 말하는 러닝 열풍

러닝 인기는 뜨겁디뜨겁습니다. 평일과 주말, 새벽과 밤 가릴 거 없이 한강 산책로, 남산 등에는 '훅훅' 숨을 내쉬며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로 가득한데요. 무선 이어폰을 꽂고 혼자 달리는 사람부터 여럿이 함께 뛰는 크루까지 모습도 다양합니다.

스포츠 업계에서는 러닝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합니다. 한국인 5명 중 1명은 러닝을 즐기는 셈인데요. 만 13세 이상 한국인 32%가 조깅 혹은 달리기를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고 진입 장벽이 낮은 러닝이 유행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마라톤에 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마라톤 정보 포털 '마라톤 온라인'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은 346개로 이전보다 매우 증가했는데 지난해에는 389개로 더욱 늘었습니다.

국내 주요 마라톤 대회 참가는 인기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합니다.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에 버금가는 참가 신청 경쟁이 벌어지는데요. 17일 참가 접수를 위한 홈페이지를 재오픈한 '2026 대구마라톤대회'도 이 치열한 열기를 버티지 못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 대회를 목표로 상금 규모를 확대한 대구마라톤대회는 15일 오전 10시 참가 접수를 시작한 바 있습니다. 참가 신청이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약 5분간 홈페이지 접속 건수는 무려 78만 건에 달했죠. 평소 약 4000건에 이르던 것과 비교하면 200배가량 늘어난 수준입니다. 결국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주최 측은 17일 오전 10시로 풀코스, 단체 접수 참가 신청 일정을 변경했는데요. 재오픈과 동시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무한 대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대기 번호 1만 번대를 받아드는 건 기본이고요. 1시간 30분 넘게 접속도 지연됐습니다.

14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마블(Marvel) 테마의 러닝 이벤트 '마블런 서울 2025'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영화, 게임, 스트리밍,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상품 등 다양한 접점에서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마블 브랜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러닝 이벤트인 데다가 이번 행사에서는 하프마라톤 코스(21㎞)를 처음으로 도입, 현장에 마블 브랜드와 캐릭터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 행사에는 1만50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열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마라톤 온라인'에 따르면 올해 이미 433개의 대회가 등록돼 있습니다.

▲(출처=MBC '전지적 참견 시점')
▲(출처=MBC '전지적 참견 시점')

스타 크루도 눈길…러닝족을 잡아라!

러닝 열풍에는 스타들도 올라탔습니다. 가수 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는 직접 러닝 크루 '언노운 크루'를 이끌며 뛰는 대표 러너입니다. 여기엔 배우 박보검과 임시완, 윤세아, 진선규, 전 축구선수 이영표, 조원희 등 다양한 스타들이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에는 그룹 뉴진스 멤버 다니엘의 근황도 션을 통해 전해져 눈길을 끌었죠. 6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게스트로 출연한 션은 "(박)보검이는 군대 가기 전 '한 번 뛰자'고 했는데 워낙 착해서 금방 나왔다. 제대 후에는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며 "(다니엘은) 한 번 나와서 뛰어보자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하더라. 본인이 몰랐던 재능을 발견한 것 같다. 정말 잘 뛴다. 두 사람 모두 하면서 즐거워한다"고 설명했죠.

'취미 부자' 샤이니 멤버 민호는 러닝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 시선을 모았습니다. 7월 공개한 브이로그 영상에서 민호는 동방신기 최강창민, 엑소 찬열·수호·카이, 엔시티(NCT) 쟈니·시온, 웨이션브이(WayV) 쿤·샤오쥔 등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소속 가수들과 함께한 아침 러닝 풍경을 공개했는데요. SM엔터 30년 기념 공연 '에스엠타운 라이브 2025(SMTOWN LIVE 2025)'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에 모인 멤버들을 모아 직접 러닝 크루를 만든 겁니다. 민호는 남다른 재능을 보인 시온에게 "너는 이제 내 거다"라며 '찜'하는가 하면 감기몸살로 러닝에 불참한 카이를 헬스장에서 맞닥뜨린 후 '배신자'라고 일컫는 등 러닝에 '진심'인 면모로 웃음을 자아냈죠.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도 정국과 함께 한강 러닝을 시작했다고 밝혀 관심을 샀습니다. 이들이 앞장서 달리는 모습은 눈길을 끌며 러닝에 대한 호기심과 참여 욕구를 자극하는 중입니다.

유통업계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백화점들은 러닝 편집숍을 확대하고, 해외 러닝 브랜드 팝업을 잇달아 열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중이죠. 직접 대규모 러닝 행사도 주최합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송파구와 함께 '2025 스타일런 위드(with) 송파구'를 진행하는데 올해 스타일런 참가자에게는 패션 브랜드 마뗑킴(Matin Kim)과 협업한 러닝 키트를 제공합니다.

스포츠웨어 업체들은 러닝 특화 라인을 선보이며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상품을 내놓고 있고 실제 매출 역시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러닝 클래스를 직접 운영하거나 브랜드 주최 러닝 대회를 개최해 체험형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는 추세죠.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론 러닝을 단순한 운동이 아닌 일종의 '콘텐츠'로 즐기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게재하는 것부터 동네 친구를 만나고 성실한 라이프스타일을 방증하는 도구로도 러닝을 활용하는 겁니다. 방법도 남다른데요. 나이키 런 클럽(NRC) 애플리케이션(앱) 기록을 캡처해서 SNS에 게재한다? 조금 식상합니다. 러너들의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은 스트라바와 NRC 기록 화면을 결합해 모던한 감성의 러닝 인증 사진 정도는 남겨줘야 하는데요. 스타들의 참여가 화제성을 더하고 브랜드 및 기업이 상품과 경험을 연결, 러너들의 문화에 힘입어 러닝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까지 확장하는 중이죠.

▲최근 서울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안내문에 '웃옷 벗기 No' 등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출처=X)
▲최근 서울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안내문에 '웃옷 벗기 No' 등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출처=X)

눈살 찌푸리기도…엄격한 규제가 해답?

러닝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수십 명이 무리를 지어 뛰는 러닝 크루가 늘면서 산책로를 점령하거나 보행자에게 양보를 강요한다는 민원이 속출하는데요. 일부 시민들은 자전거 무법자를 뜻하는 '자라니(자전거+고라니)'에 이어 러닝족을 '런라니'라고 부르며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도심 도보를 집단으로 뛰는 '시티런'도 위험 논란을 낳고 있죠.

불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공원 러닝 코스에서는 상의를 벗고 뛰는 이른바 '상탈족'이 등장해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공원에는 4개 금지 사항 안내문이 붙어 화제가 됐는데요. △웃옷 벗기 No △박수·함성 No △무리 지어 달리기 No △비켜요 비켜 No 등 내용이 담겼죠.

서초구청은 지난해 10월부터 반포종합운동장 러닝 트랙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이용규칙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트랙에서 5명 이상 단체 달리기를 하려면 각 인원이 2m 이상의 간격을 두고 달려야 하는데요. 송파구청도 지난해부터 석촌호수 산책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죠. 경기도 화성 동탄호수공원에도 데크 산책로 훼손 등을 막기 위해 러닝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을 일시적인 사회적 몸살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러닝이라는 생활 스포츠가 급격히 대중화되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예절과 규칙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실제로 일부 러닝 크루에서는 자체적으로 '2열 이하 달리기', '보행자 우선', '야간 조명 착용' 같은 매너 규칙을 정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규모 러닝 이벤트를 운영할 때 꼼꼼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안전장치까지 보완된다면 러닝은 모두가 즐기는 건강한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국 '얼마나 달리느냐'보다 '어떻게 달리느냐'가 러닝 문화를 좌우하는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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