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 자금 50조 원, ETF 시장 폭발적 성장 이끌어
커버드콜·인출기 상품까지…장기 투자 해법 제시
“상장지수펀드(ETF)는 긴 호흡의 투자, 고객의 장기 자산 증식이 최우선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ETF는 리브랜딩 3년 차를 맞아 ‘ACE=빅테크’라는 정체성을 굳혔다. 2023년 초대 ETF운용본부장으로 합류한 남용수 상무가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남용수 본부장은 최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챗GPT를 처음 접한 순간 세상이 바뀌겠다고 직감했다. 퀀트 분석으로는 감성을 잡기 힘든데 챗GPT는 대화형으로 맥락을 해석하더라”며 “그걸 보면서 진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챗GPT는 2022년 11월 말 공식 출시된 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국내에서도 연말부터 체험기가 퍼졌다. 남 본부장이 실제로 접한 시점도 그 무렵이었다. 그는 “인공지능(AI) 확산이 GPU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요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 흐름이 ETF 투자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현지에서 진행된 한화자산운용의 해외 리크루팅을 통해 입사 기회를 잡았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한화자산운용에서 글로벌솔루션, 퀀트리서치, 글로벌주식운용팀을 거쳤다. 이후 DGB자산운용, 사모운용사 창업, 한국퀀트협회장 등을 거치며 경험의 폭을 넓혔다. 2019년 다시 한화자산운용으로 복귀해 ETF운용팀장을 맡기도 했다.
남 본부장은 리브랜딩이 진행되던 2023년 1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합류했다. 당시 회사는 ETF 브랜드를 ‘ACE’로 바꾸고 ETF운용본부를 신설하며 비즈니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던 시점이었고 남 본부장에게도 중요한 기회였다. 면접 자리에서는 배재규 대표가 펜을 건네며 “앞으로 ACE ETF를 어떻게 키울지 직접 구상을 그려보라”고 주문했고 그는 한 시간 동안 미래 플랜(전략)을 제시했다. 회사가 추구하던 ETF 사업 확대 방향성과 남 본부장이 쌓아온 글로벌·퀀트 경험이 맞아떨어지며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몸담게 됐다.
남 본부장이 합류한 이후 ACE ETF는 빠르게 성장하며 ‘빅테크 전문 운용사’라는 정체성을 굳혔다. 현재 전체 순자산은 18조9589억 원, 상장 종목 수는 99개다. 이 가운데 AI·빅테크 관련 ETF 비중은 17개로 25.96%(17개, 나스닥100 ETF 포함), 4조9217억 원에 달한다.
성과도 뚜렷하다. 2022년 말 출시된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는 상장 이후 수익률이 244%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주가가 3만 원대에 올라섰고 6개월 수익률은 39.76%, 1년 수익률은 45.14%로 집계됐다. 순자산 규모는 3618억 원이다. 이 ETF는 반도체 산업 내 4개 분야(△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 △반도체)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상위 기업에 각 20% 수준으로 집중 투자한다. 최근에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계기로 K팝 관련 문화 콘텐츠를 테마로 한 ETF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2개월간 ‘ACE KPOP포커스 ETF’에는 463억 원의 자금이 새로 유입됐고 개인 순매수 규모도 430억 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의 순자산 총합은 240조29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는 “가장 큰 성장 요인은 연금 시장 내 ETF 투자 확대”라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친 ETF 자금 규모가 약 50조 원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최근 2년간 연평균 40% 이상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ETF는 모바일 시대의 대표적인 투자 ‘테크’로 환금성과 편의성을 갖췄다”며 “연금 확대, 미디어·유튜브 대중화, 정책 지원, 운용사의 상품 기획이 맞물리며 성장세가 가속화됐다”고 덧붙였다.
인컴형 ETF도 ACE ETF의 중요한 축이다. 남 본부장은 “JP모건 JEPI, 나스닥 QYLD 같은 글로벌 대표 커버드콜 ETF를 담은 국내 유일 상품이 ACE ETF”라며 “매일 개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분배금의 재원이 배당인지, 평가차익인지, 파생전략에서 나오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향후 성장 동력으로는 연금 시장을 꼽았다. “적립기 상품은 이미 다양하지만 인출기에 특화된 상품은 부족하다”며 “5년 안에 은퇴자 맞춤형 인출기 ETF 수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에서 보편화된 ‘목표기반 투자(Goal-Based Investing, GBI)’ 모델을 강조하며 “한국은 아직 고액자산가 위주로만 컨설팅이 이뤄지지만 로보어드바이저와 퇴직연금 제도 개선이 맞물리면 초개인화 자산관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ACE ETF의 철학은 분명하다. 남 본부장은 “우리는 단순 점유율 경쟁보다 고객의 장기 자산 증식을 우선한다”며 “투자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별 종목은 중간에 70~90%씩 급락하기도 하는데 이를 버틸 투자자는 거의 없다”며 “ETF는 분산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 보유를 가능케 한다.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긴 호흡이고 ETF가 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