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정부가 제시한 연간 목표인 500억 달러 달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해 민간 건설사들의 대형 수주가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OCIS)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372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371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5년 461억 달러 이후 최대 실적이다. 지난 10년간 300억 달러 안팎에 머물던 수주 실적이 단숨에 도약한 셈이다.
이 같은 급증세의 배경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월 체결된 이 프로젝트는 196억 달러 규모로 단일 사업 기준 역대 최대다. 한수원은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과 함께 ‘팀 코리아’를 꾸려 공동 참여했다.

이와 함께 민간 건설사들의 수주도 약진하고 있다. 이날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은 카타르 국영에너지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총 발전용량 2000MW 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낙찰통지서를 수령했다고 발혔다. 설계·조달·시공에 해당하는 EPC금액만 약 1조 4600억원 규모다.
삼성물산은 올해 1~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55% 증가한 5억3400만 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1분기에 4억8139만 달러 규모의 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 가스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으며 그룹사 물량인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공사 관련 증액도 이뤄졌다. 2분기에는 1억4747만 달러 규모의 호주 나와레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건설공사, 루마니아 원전 1호기 설비 개선사업 추가공사 등을 잇달아 따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같은 기간 3000% 이상 증가한 30억5882만 달러의 실적을 올리며 반등을 이끌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월 카타르 라스 아부 폰타스 피킹 유닛 프로젝트(2억200만 달러)를 시작으로 △사우디에서 루마1 복합화력발전소(7억7400만 달러) △나이리야1 복합화력발전소(7억7000만 달러) △PP12 복합화력발전소 확장공사(6억1100만 달러)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했다. 최근에는 캐나다 원자력 기업인 캔두에너지와 우선공급자 협약(PSA)을 체결하며 추가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달 들어서 굵직한 해외 수주가 연이어 터지면서 정부의 연간 수주 목표인 500억 달러 달성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현대건설은 15일 이라크 정부와 31억6000만 달러 규모의 해수 공급시설(WIP)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민간 건설사가 올해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최근 두 건의 수주는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체코 원전 수주가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속적인 성장이 아니라 단일 초대형 프로젝트가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수원의 196억 달러 수주분을 제외하면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주액은 176억 달러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수준이다. 한수원의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 실적은 1169만 달러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주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지역·공종별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체코 원전 수주로 성과는 화려하지만 특정 프로젝트와 지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언제든 실적이 후퇴할 수 있다”며 “중동 시장 회복, 북미 리스크 관리, 신흥국 진출 확대 등 민관의 합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