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잇따라 강도 높은 대책이 추진되면서 건설을 포함한 산업계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산업재해가 피해에 그치지 않고 기업 존립의 문제까지 번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건설·산업계는 산업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급격히 커지는 부담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위험도 높은 공종에 대한 작업중지 권한 강화 △현장 안전관리자 배치 확대 △원·하청 공동책임제 엄격 적용 등을 포함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국회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과 산업안전보건법 강화안을 잇달아 발의하며 제도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산업재해 방지 총력전에 나서면서 산업현장의 부담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 대형건설사가 산업재해로 공사 현장이 장기간 멈춰 서면서 일부 협력사가 수백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다른 협력사는 부도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안전관리 인력과 장비를 대폭 확충했고 공사 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다.
현장에서는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갑자기 늘어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의 인식은 이제 안전이 규제 준수를 넘어 살아남기 위해 필수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사고가 기업 존립의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이 아닌 장기 경쟁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지만 중소·중견업체는 물론이고 대형건설사도 당장 투입해야 할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업계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산업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노동자들의 현실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본지 자문위원인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이번 대책은 정책 공급자나 관리자 중심으로 수립된 것으로, 정작 사고 당사자인 노동자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며 “근로자 입장에서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미흡하고 결과적으로는 현장을 규율하고 처벌하는 방안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특히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며 “이 대책이 실제로 사고 감소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