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조직개편은 확률인가 주술인가

입력 2025-09-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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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과학칼럼니스트

정부는 7일 행정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환경변화에 적응하려면 조직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기존 조직을 존중하여 운영 방법만 손대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권력은 고착화되기도 한다. 변화는 조직의 안정을 위협하지만 새바람을 불어넣는 경영의 도구이다. 조직 개편할 수 있는 맛에 죽자 사자 승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누구도 조직 개편의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핸들은 돌리면 차는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만 조직 개편은 예측과 다르게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핸들 조작은 회전이라는 단일 변수만을 다루므로 영향이 결정적이다. 반면에 조직 개편에는 영향 인자들이 너무 많다. 이들의 상호작용은 풀기 어려워 비결정적 현상을 보인다.

결정적 현상은 수식이나 방정식으로 표현된다. 100원을 저축하면 1년 후 이자를 수식으로 계산할 수 있고 핸들 각도에 따른 차의 회전을 공학 공식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비결정적 행위에서는 정확한 수식은 없다. 선조들은 비결정적 행위를 해석하기 위해 확률과 통계라는 방법을 찾아냈다. 통계와 확률의 힘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고 단기간의 주식과 환율을 예측한다.

투표 예상결과는 선거권자인 대중에서 표본을 뽑지만 조직 개편의 기대효과는 전문가 설문에 의존한다. 설문은 조직 역할과 목표를 반영한다. 이 설문으로 조직 개편 전과 개편 후의 전문가 답변을 각각 받는다. 개편 전후 전문가 답변은 분포를 이루고 평균과 분산으로 정량화된다.

평균과 분산이 나왔지만 조직개편의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아직 낼 수는 없다. 개편 전후 평균이 제법 떨어져 있으면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분포도 퍼져 있으면 이마저도 조심스럽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유의 확률이다. 전후 평균과 분산으로 유의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참고로 유의확률은 통계 검증의 일반적 방법으로 신약개발, 정신이상 판단 등 적용분야에 따라 다르게 계산된다.

조직 개편의 경우 유의확률은 “조직이 개편되었으나 효과가 없다”라는 진술을 지지하는 확률이다. 아직까지 유의확률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이는 독자의 문제가 아니다. 공학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부정 문장에 확률적 개념까지 포함되었으니 유의확률은 평생토록 어려운 어휘이다. 설령 유의확률 어휘를 이해했어도 확률적 진술은 내재적 오류를 지니고 있다. 다만 유의확률을 적용하면 오류가 최소화될 뿐이다.

긴 숨을 들이켜고 생각하면 유의확률이 낮으면 조직 개편의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효과가 없다”라고 부정 진술을 사용한 이유는 통계 계산 편의 때문이다. 효과가 없다고 가정할 때에는 통계 수치를 재활용할 수 있다. 대체로 5%보다 적은 유의확률이면 조직개편의 효력이 있다고 판정한다. 유의확률은 전가의 보도처럼 수용되었고 모든 논문은 이 값을 천편일률적으로 기입해 왔다. 2017년 학술계에는 유의확률을 퇴출시키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표본을 적절히 잡으면 유의확률을 조작할 수도 있다. 유의확률 대신 실험 결과의 재현성을 더 높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은 숫자놀음보다 재현성을 중시해야 한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유의확률을 없앨 수는 없고 한계를 인식할 필요는 있다.

정부는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청을 쪼개 권한을 분할시켰고 에너지 관리 조직을 양분하여 환경부와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결정론적 방법도 통계적 방법도 적용하지 않았다. 두 방법의 한계를 알았는지 경험과 신념이라는 초능력 방법을 동원했다. 초능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이 환각을 보여주듯이 인간의 경험과 신념도 주술로 변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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