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노동조합 출범⋯“혹사의 정당화 끝났다”

국내 모든 수련병원 포함, 전국 단위·직종별 노조 설립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유청준 전공의노조 위원장(중앙대병원 전공의)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 개선과 권리 보호를 위한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이 14일 공식 출범했다.

전공의노조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발대식을 열고 “혹사의 대를 끊고 무너지는 의료를 바로잡고자 노조를 설립했다”면서 전공의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노조는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에 앞서 열린 출범식 선언문에서 “전공의들이 사명감으로 버텨온 현실은 근로기준법은 물론, 전공의 특별법조차 무시하는 근로환경과 교육권의 박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로사로 동료를 잃고도 침묵하는 것이 옳은가, 교육권과 인권이 박탈된 채 값싼 노동력으로 소모되는 것이 정당하냐”고 되물었다.

특히 전공의들에 대한 혹사와 인권 박탈로 유지되는 의료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전공의노조의 분명한 입장이다. 전공의노조는 “우리는 더 이상 침묵 속에서 병원의 소모품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의 정당한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앙대병원 전공의 대표로 초대 전공의노조 위원장을 맡게된 유청준 위원장(대전협 비상대책위원)은 “전공의노조는 우리의 처우 개선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지키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전공의들의 노동 인권 보장이 곧 환자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공의노조 설립에 대해 이달 1일 유 위원장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전공의들은 항의조차 하기 어렵다”며 “전공의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과 전공의법을 준수하는 환경과 전공의 인권 보장을 위하여 활동하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의 정당한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와 책임을 나눌 것 △환자의 안전과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을 것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달 1일 전공의노조 설을 선언 후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았으며, 이날 기준 약 3000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성존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전공의들은 환자의 생명을 위해 장시간 근무를 감내해 왔다. 앞으로도 환자를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바라는 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근로환경과 수련을 마쳤을 때 역량 있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