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램·로직 모두 초미세 공정 적용…기술 리더십 과시
마이크론·中 업체는 난항…韓 반도체, 글로벌 주도권 강화 기대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끄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 시장의 막이 올랐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갖추며 선제공격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 조합을 앞세워 반격 채비를 마쳤다.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뒤처진 가운데 한국 양대 반도체 기업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 개발과 양산 체제 구축을 공식화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TSV(실리콘 관통 전극)와 ‘어드밴스드 MR-MUF’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쌓아온 기술력을 이번에도 적극 활용했다.

새로운 HBM4는 전 세대 HBM3E 대비 I/O(데이터 전송 통로)를 두 배인 2048개로 늘리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높였다. 작동 속도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규격(8Gbps)을 훌쩍 넘어 초당 10Gbps 이상을 구현했다.
무엇보다 안정성이 검증된 후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방열 성능까지 개선하면서 고단 적층에도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사 지위를 활용해 초기 시장 점유율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4 1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 SK하이닉스에 비해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차별화된 공정 전략으로 시장 반전을 노린다.
삼성은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해 집적도·전력 효율·신호 무결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는 업계에서 유일한 조합으로, JEDEC 기준을 웃도는 최대 11Gbps 속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후공정 수율 문제도 개선 기미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안정적 수율을 달성한다면 내년부터 HBM 공급량 확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미국 마이크론은 HBM3E로 시장 입지를 강화했지만 HBM4 개발에서는 난항을 겪고 있다. 샘플은 일부 고객사에 공급했으나 속도·전력 효율에서 경쟁사 대비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비용 절감을 위해 구세대 공정을 장기간 유지하려는 전략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기술 성숙도와 고객사 확보에서 한참 뒤처진 상황이다.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맞춰 HBM 진입을 추진 중이지만, 글로벌 고객사의 엄격한 검증 기준을 통과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결국 HBM4 시장은 SK하이닉스의 ‘양산 안정성’과 삼성전자의 ‘공정 혁신’이 맞붙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초기 점유율을 지키는 동시에, 삼성전자가 중·장기적으로 기술 리더십을 앞세워 추격할 가능성이 크다”며 “두 회사의 경쟁은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