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ㆍ제주 제2공항도 ‘조류 충돌’ 우려

국토교통부의 신공항 계획이 환경 보존과 철새 충돌 우려에 줄줄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법원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 계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가덕도신공항 등도 여건이 많이 다르지 않아서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환경단체 등이 속한 국민소송인단 1300명이 2022년 9월 제기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소송인단의 손을 들었다. 이들은 갯벌 보존과 철새 충돌 우려를 고려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의 소송을 낸 바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부지는 철새 이동 경로인 ‘수라갯벌’과 가깝고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등 법정 보호종 53종이 서식한다. 동아시아에서 대양주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주요 월동지이자 중간 기착지다.
재판부는 지난해 말 철새와의 충돌로 여객기 참사가 난 전남 무안공항의 사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국토부가 이 사건 계획을 수립하면서 조류 충돌 위험을 부실하게 평가했고 해당 평가 결과를 공항입지 선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계획에 제동을 건 가운데 비슷한 이유로 가덕도신공항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가덕도신공항 또한 시민단체 가덕도신공항추진반대행동 소속 1000여 명이 제기한 기본계획 취소소송 중이다. 11월 26일 4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가덕도신공항은 입지 타당성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점, 자연·문화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입지에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또한 조류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지역이다.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서 거리가 약 7km에 불과하고 ‘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 충돌 횟수(TPDS)’ 예상 수치는 4.48~14.7회로 조류충돌로 대형사고가 났던 무안공항(0.06회)은 물론 김포국제공항(2.9회), 인천국제공항(2.8회)보다 높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중후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제주 제2공항, 울릉공항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계속돼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주 제2공항의 경우 반경 13km 안에 철새 도래지가 4곳이나 있고 연간 조류 충돌 예상 건수는 최대 14차례로 기존 제주공항보다 약 8배 높다. 경북 울릉공항도 섬 주변에 조류들이 많이 서식해 개항 이후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현재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울릉공항을 비롯해 대구경북 신공항, 흑산도 소형공항, 백령도 소형공항, 서산공항 등 전국적으로 총 8개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모든 공항에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국토부도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