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거점 강화 등으로 공세 강화
정권 변수·기술이전 요구…리스크 관리가 열쇠

국내 방산기업들이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무기 현대화를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이 한국산 첨단 무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K-방산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서다. 그동안 한국 기업이 활발히 진출했던 유럽 국가들이 자국산 무기 도입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동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4일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중동은 전 세계 무기 수입량의 27%를 차지했다.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 중인 데다, 무기 노후화가 진행돼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반면 자체 무기 개발 역량은 낮아 해외 의존도가 높다. 사실상 방산기업들에 기회인 셈이다.
이 기간 한국은 전 세계 무기 거래의 2.2%를 차지했다. 중동 시장과 같은 추가 기회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특정 국가 무기에 치우쳐 구매하지 않는 중동은 K-방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KF-21 보라매 등 이미 중동 국가들의 관심을 받는 한국산 무기도 많아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국내 방산기업들의 중동 공략 행보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무소를 확장 이전했다. 단순 연락 창구 수준을 넘어 현지 맞춤 연구개발(R&D)과 사업 수행이 가능한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LIG넥스원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지난해 이라크와 천궁-Ⅱ 수출계약을 체결하며 총 12조 원의 실적을 쌓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최근 중동·북아프리카(MENA) 총괄법인 ‘RHQ’를 세웠다. 해당 신설법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UAE, 이집트의 기존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과 연계해 현지 군 현대화 사업과 현지화를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1월 열리는 중동 최대 전시회 ‘두바이 에어쇼’에 참여해 수출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KAI는 이 행사에서 다목적소형헬기(LUH) 2대를 전시할 예정이다. 두바이 에어쇼는 단순 전시뿐 아니라 군·정부·기업 관계자와 주요 바이어가 참여하는 비공개 협상 및 네트워크가 진행돼 실질적인 수출계약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로 꼽힌다. KAI는 지난해 이라크와 수리온 헬기 2대 수출계약을 체결해 중동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라 기대감이 더 크다.
우리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이달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국방부처 주요 인사와 면담하고 국내 방산기업 활동을 지원했다.
다만 중동 진출에는 변수도 적지 않다. 중동은 왕정국가와 권위주의 체제가 다수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기업들의 대응이 쉽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추진되다가도 국왕 등 소수의 의중에 따라 사업 방향이 급변하기도 한다”며 “요즘은 현지 생산이나 기술이전을 원하는 경우도 늘어 현지 파트너십 전략 등을 마련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