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인 ‘K-컬처’ 열풍 속에서 한국 사모펀드들이 K-뷰티를 중심으로 한 선별적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함께 K-뷰티 기업을 대거 인수하며 투자 열기가 뜨겁지만, 정작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고위험’을 이유로 투자를 기피하는 상반된 모습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K-뷰티 기업 인수가 연이어 성사됐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블랙스톤이 뷰티 기업을 품으며 ‘K-뷰티 투자 대유행’을 이끌고 있다. 최근 KKR이 국내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삼화를 7330억 원에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미용실 프랜차이즈 준오헤어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앞서 베인캐피털은 2022년 피부 미용 기기 업체 클래시스에 67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60%를 인수했다. 당시 1조4000억 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현재 3조5000억 원가량으로 2.5배 불어났다. 이 같은 성공 사례가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K-뷰티 투자 러시를 부채질하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마스크팩·화장품 패드 제조사 피앤씨랩스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더함파트너스는 890억 원에 티르티르를 인수했다. 케이엘엔파트너스는 900억 원에 마녀공장 지분 51.87%를 인수했고,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는 색조화장품 ODM 업체 씨앤씨인터내셔날에 285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도 화장품 OEM 업체 지디케이화장품 지분 54.68%를 1,000억 원 안팎에 인수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디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창업주들이 매각 적기로 보고, PE들도 관심 있게 매물을 살핀다”라며 “북미·유럽 진출로 실적 업사이드가 열려 있는 만큼 투자에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K-뷰티 산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4월 코스맥스, 한국콜마, 모태펀드가 공동 출자하는 400억 원 규모의 ‘K-뷰티 펀드’를 출범시켰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 규모 68억 달러를 달성해 중소기업 수출 단일 품목 최초로 60억 달러를 돌파했다”라며 “K-뷰티 펀드가 제조사와 뷰티 중소·벤처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사모펀드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다르다. 높은 실패율과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게임은 히트작 여부에 따라 수익이 극명하게 갈리는 ‘고위험 고수익’ 업종이기 때문이다. 개발 비용은 하늘 높이 치솟지만 실패하는 게임이 많아 단기간 내에 수익을 실현해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분야다.
최근 상장 게임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하다.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70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개선될 실적을 보였다. 반면에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보다 41.28% 줄어든 203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위메이드와 펄어비스는 적자를 냈다. 각각 399억 원, 170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을 줄였지만, 펄어비스는 적자 폭이 224.41% 늘었다. 기대작으로 꼽히는 ‘붉은 사막’ 출시가 지연되면서 주가 상승 동력도 잃었다. 카카오게임즈도 적자로 전환했다. I
과거에는 게임사를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 투자로 '대박'을 친 PE들이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2008년 위메이드에 150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 위메이드는 2009년 코스닥 입성에 성공하며 스카이레이크의 투자금 회수길이 열렸다. 이후 2011년부터 장내에서 주식을 매각하며 450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조이시티를 인수한 후 3년도 안 돼 수백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JKL파트너스는 2018년 크래프톤에 500억 원을 투자했다. 3년 뒤인 2021년 크래프톤이 공모가 49만8000원에 코스피 상장하면서 구주 매출로 회수에 성공했다. 당시 JKL은 IMM인베스트먼트 등 다른 운용사와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투자를 단행했는데, 2600억 원을 투입해 1조3791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금 대비 4~5배 수준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PE들의 게임사 투자는 사실상 정체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게임사의 성공 여부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라며 “게임 업종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기 때문에 PE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