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독ㆍ중 삼국 경쟁⋯글로벌 전기차 패권 향배 드러내
벤츠ㆍBMWㆍ폭스바겐 기술 과시⋯‘자동차 종주국’ 위상 지켜내기
현대차ㆍ기아, 소형ㆍ보급형 EV로 유럽 공략 강화
중국 BYDㆍ샤오펑, 가격 경쟁력ㆍ속도로 유럽 공세 가속

세계 최대 모빌리티 박람회 중 하나인 ‘IAA 모빌리티 2025’가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성대한 막을 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 38개국에서 700여 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55만 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다. 100여 개국에서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가 몰리며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개최국 독일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빅3’가 신차와 기술 비전을 대거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회 충전 주행거리 750㎞ 이상을 목표로 한 차세대 CLA 콘셉트를 공개하며 ‘전동화가 벤츠의 새로운 정체성’임을 강조했다. BMW는 ‘뉴 클래스(New Class)’ 철학을 계승한 첫 양산형 전기차 iX3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폭스바겐은 차세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와 함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을 내세웠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독일차는 여전히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서 중심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4년 만에 IAA 무대에 복귀해 유럽 시장 공략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브랜드 첫 소형 EV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를 공개하며 유럽 고객들이 선호하는 소형차급 시장까지 아이오닉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기아는 EV2, EV4, EV5, EV9 등 다양한 전용 전기차와 함께 목적 기반 차량(PBV) ‘PV5’를 선보이며 현지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전동화 기술을 내세우며 글로벌 톱3 부품사 도약을 선언했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차는 합리적 가격과 신뢰성으로 독일차와 중국차 사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현대차 콘셉트 쓰리는 작지만 강렬했다. 독일차와는 다른 실속형 접근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도 눈에 띄었다. BYD는 헝가리 공장 건설과 초고속 충전 인프라 전략을 내세우며 ‘유럽 안착’을 가속했다. 샤오펑(Xpeng), 리오토(Li Auto), 지커(Zeekr) 등도 참가해 보급형 EV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뮌헨 전시장을 찾은 한 유럽 관람객은 “독일차는 프리미엄 감성이 강하지만 중국차는 가격 대비 성능에서 크게 앞선다”며 “실질적인 선택지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브랜드는 빠른 충전과 낮은 가격을 무기로 독일·한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IAA는 단순한 신차 쇼케이스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전면전이었다. 배터리 효율, 소프트웨어 플랫폼, 인공지능(AI) 기반 주행 보조 등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패널 기업들도 참가해 차량용 OLED·디지털 콕핏 솔루션을 대거 공개하며 모빌리티 전환 과정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한 유럽 자동차 전문가는 “EV 전환 속도가 기대보다 더딘 상황이지만 글로벌 업체들은 각자 다른 무기를 꺼내 들며 패권 싸움을 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뮌헨을 달군 IAA 모빌리티 2025는 독일의 전통, 한국의 실속, 중국의 속도가 충돌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향후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 특히 관람객과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미래 청사진이 아닌 당장 눈앞의 경쟁 현실을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IAA 조직위원회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신차 쇼케이스를 넘어 기후 중립, 스마트 모빌리티, 도심 교통 혁신에 대한 글로벌 담론을 확산시켰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전시에서는 지속가능한 배터리, 재활용 소재, 도심형 모빌리티 솔루션이 대거 논의됐다. 또한 스타트업과 글로벌 OEM, IT 기업들이 같은 무대에서 협업 가능성을 모색한 것도 중요한 특징이었다.
2년 후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7’ 차세대 테마는 ‘탄소중립과 AI 모빌리티’로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첨단 기술의 접목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IAA 2025가 EV 전환의 현주소를 보여줬다면 2027년은 모빌리티 산업이 기후 대응과 기술 혁신을 어떻게 연결할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