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말라는데 왜 살까? 파타고니아의 진심 [마케팅 속으로]

입력 2025-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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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사면 오래 입는다’...가성비와 가치소비 동시에 경험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캡처)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캡처)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의 광고와 마케팅은 상식과 거리가 멀다. 흔히 마케팅이라고 하면 제품을 더 많이, 더 빨리 팔기 위한 전략을 떠올린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오히려 소비를 자제하라고 권유한다. 2011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파타고니아는 뉴욕타임스에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실었다. 소비 열풍이 가장 뜨겁게 일어나는 시기에 필요하지 않다면 새 옷을 사지 말고 가지고 있는 옷을 오래 입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도발적인 광고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젊은 시절부터 실천해온 환경 철학의 연장선이다. 그는 등반가이자 서퍼, 환경운동가로서 자연을 지키는 삶을 살았다. 그의 철학은 분명했다.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고 지구가 존재해야 기업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철학은 지금까지도 파타고니아 경영활동의 핵심이다.

당시 광고는 큰 화제를 모았다. 표면적으로는 소비를 억제하라는 메시지였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파타고니아의 철학과 진정성에 매료됐다.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호감은 더욱 커졌다. 이 역설은 파타고니아의 제품이 단순한 의류가 아니라 가치 있는 선택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파타고니아 제품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티셔츠 한 벌이 10만 원, 양말 한 켤레가 4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면제품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고,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에서 공정 거래 원칙을 준수한다. 또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게다가 구입 제품의 수선을 평생 보장한다. 결국 소비자는 ‘비싸지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파타고니아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파타고니아는 ‘지구세(Earth Tax)’라는 이름으로 매출의 1% 이상을 환경운동단체에 기부한다. 매출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을 ‘환경 보호’에 두고 있는 것이다. 또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를 막론하고 어떤 의류 제품이든 무상으로 수선해주고, 최근에는 ‘듀티 오브 케어(Duty of Care)’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의류 관리법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옷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데 동참한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파타고니아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확산되는 가치소비, 지속가능한 소비와 맞물려 큰 힘을 발휘한다.

결국 파타고니아의 전략은 단순한 마케팅이라기보다 브랜딩에 가깝다. 제품을 더 팔기 위한 단기적 목적이 아니라, ‘지구를 위해 사업을 한다’는 기업 철학을 드러내고 이를 소비자와 공유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브랜드 가치와 신뢰는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ESG 경영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타고니아는 기업이 마케팅과 브랜딩을 어떻게 구분하고 활용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초기에는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브랜딩이 기업 성장의 핵심 전략이 된다. 파타고니아는 이를 가장 성공적으로 실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라는 역설적인 문장은 단순한 광고 카피가 아니다. 그것은 파타고니아가 지구를 위한 비즈니스를 실천하겠다는 선언이며, 동시에 현대 소비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파타고니아는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기며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지속가능한 길을 걸어가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 있는가?
우리의 선택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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