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의식 확대 vs 파괴 악화
지속 가능한 대안 마련 절실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몰디브는 다양한 산호초와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유명 여행지인데, 국토 대부분이 해수면 3m 미만에 있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국가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위기감은 오히려 ‘지금 아니면 못 본다’는 여행 수요를 더욱 자극했다. 몰디브는 버킷리스트 상위권에 오르며 국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현상은 북극과 남극, 아이슬란드 등 극지방에서도 목격된다.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는 북극곰의 개체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이에 ‘평생 한 번은 봐야 할 풍경’으로 여겨지면서 탐험 크루즈와 전용 투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역시 산호 ‘백화(하얗게 변하는 현상)’가 심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식은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스트 찬스 투어리즘을 ‘양날의 검’이라고 진단한다. 취약한 생태계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접 목격한 여행객들이 강력한 환경 옹호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본 경험이 행동 변화를 이끌었다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항공편과 크루즈 여행은 온실가스 배출을 가중시키며 현지의 전기·수자원·교통 부담을 늘려 환경 악화를 초래한다.
지역사회의 딜레마도 있다. 관광객 증가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몰디브에서는 리조트 운영과 해양 액티비티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북극권에서는 토착민 공동체가 관광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레스토랑·상점·숙박업도 활기를 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역 주민들 역시 기후위기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무분별한 관광객 유입은 생태계 손실을 동반해 결국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여행업계도 고민이 깊다. 일부 여행사는 ‘저탄소 여행 패키지’를 내놓거나, 수익 일부를 탄소 상쇄 프로그램과 기후 대응 기금에 기부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라스트 찬스 투어리즘이 지닌 ‘파괴적 본질’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가지 말라’는 극단적 접근보다는 지속 가능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탄소 교통수단 이용, 여행지에서의 소비 절제, 환경보존 활동 참여,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여행 방식 등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무엇보다 ‘사라지기 전에 가보자’는 심리를 넘어서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는 관점 전환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