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법 합의 뒤집은 與…野 “잉크도 마르기 전, 유감”

정청래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 지시”

與 “3대 특검법 원안대로 처리”
수사 기간 연장 빠지자 당 내 반발
野 “향후 국회 파행, 민주당 책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철회했다. 수사 기간 연장 등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당 내 불만이 분출하자 정청래 대표가 재협상을 지시했기 때문인데 국민의힘은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의 존재 가치를 모르겠다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11일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앞서 10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회동 후 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증원도 필요한 인원에 한해서만 증원하기로 합의했으나 합의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철회된 것이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3대 특검법 관련 국민의힘과 협상은 최종 결렬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3대 특검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만 하루도 안 돼 3대 특검 개정안 합의안을 철회한 건 합의안에 3대 특검법에 수사 기간 연장 등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당 내 반발이 분출한 탓이다. 실제로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그 많은 의혹을 짧은 기한 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합의를) 재고해 달라”고 썼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 역시 “특검 기간연장, 인원 증원 사수”라며 “타협은 NO(노·없다)”라고 했다.

당 내 반발에 정 대표까지 나서 재협상을 지시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또 지도부의 뜻과도 다르다”면서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전에 상의 없이 결정을 내린 것이냐는 질문에는 “원내대표님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저희 지도부의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라며 “저도 많이 당황했고, 그래서 바로 재협상을 지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3대 특검법 합의안 철회에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늘 아침 민주당으로부터 특검법 합의가 파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향후 모든 국회 일정 파행에 대해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애초 민주당이 제출한 특검법안은 특검 수사 기간을 무제한 연장하는 등 독소조항이 워낙 많았다”며 “우리 당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해서 어렵사리 합의에 이르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 원내대표는 “어제 오후 여야 원내대표가 6시간에 걸쳐 3번씩이나 만나 어렵사리 합의에 이르렀는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선물로 여야 합의 파기라는 선물을 보내왔다”고 꼬집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에서도 필요성을 갖고, 우리도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에 진통 끝에 합의가 이뤄졌는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밤사이 뒤집히기 시작한다면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의 존재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을 이렇게 지킬 수 없다면 앞으로 민주당에서는 당의 승낙을 받아야, 정청래 대표의 승낙이 있어야 정부와 원내대표 간 합의한 것이 이행되는 것인가”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원내대표 간 합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