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채 시장을 14년 만에 두드린 대한전선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10배가 넘는 주문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 구간 발행금리 역시 개별 민간채권평가사 평균(민평) 대비 마이너스(-) 구간에서 결정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입증했다. 시장 수요에 따라 대한전선은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년물 300억 원에는 3110억 원, 3년물 500억 원에는 5770억 원의 수요를 확보해 총 8880억 원의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
대한전선이 제시한 희망금리밴드는 민평금리에서 30bp(1bp=0.01%)를 가산한 수준이었다. 수요예측 결과 2년물은 마이너스(-) 36bp(1bp=0.01%포인트), 3년물은 - 64bp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통상 투자자들은 부담스러운 장기물 대신 단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도 3년물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밴드에 투자자들이 모였다.
대한전선이 마지막으로 공모채를 발행한 것은 2011년으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번 회사채 시장 복귀 배경에는 체질 개선과 재무구조 안정화가 뒷받침됐다. 호반그룹 편입 이후 두 차례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크게 낮췄지만, 유상증자 대금이 해외 설비투자 확대 과정에서 대부분 소진됐다.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 신규 포설선 매입, 베트남·미국 현지 공장 증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부정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회사채 발행 결정에 영향을 줬다. 금융당국은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이유로 기업들의 잦은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고 있어, 대한전선 역시 자금조달 수단으로 공모채 발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일제히 이번 대한전선의 선순위 무보증 신용등급에 ‘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지난 5월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상향된 지 약 2개월 만이다. 국내 초고압 전력선 시장 점유율 2위,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향후 대규모 투자에 따른 부담은 상존한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2공장에만 약 4900억 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며, 해외 증설 프로젝트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추가 차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행을 두고 “대한전선이 2021년 유상증자 자금 소진 이후 첫 공모채 시장에 나서 수요예측 흥행까지 거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투자 성과와 현금흐름 관리 능력이 향후 신용도 유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일은 오는 18일이며, 주관사는 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