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기후리스크 관리 논의를 위해 국제 무대에 나섰다.
11일 금감원과 이화여자대학교에 따르면 양 기관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Next-Gen Climate Risk Management with AI and Tech’ 국제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열렸으며 국내외 금융당국, 글로벌 금융사, 연구기관, 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민석 국무총리,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 페이터 반 더 플리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필립 반 후프 EU상공회의소 의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등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국제적 관심을 입증했다.
개회사를 맡은 이찬진 금감원장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전략은 우리 경제가 기술 혁신과 신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금융권이 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금융감독 당국의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우선 탄소 감축 효과가 입증된 분야에 대한 자금 공급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녹색여신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단기 성과는 더디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감축 효과가 기대되는 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전환금융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탄소 저감 필요성이 주요국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기후 재해와 농산물·에너지 가격 급등은 기업 수익성 악화와 금융회사 손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시장 안정성에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미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기후위기 대응은 단기적으로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과 금융회사 모두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이 원장은 아울러 “금융권이 사회적 요구와 금융시장을 잇는 매개가 돼야 한다”며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어려움을 겪는 경제주체들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연합(UN)의 ‘책임은행원칙’과 ‘책임투자원칙’을 언급하며 금융이 사회 전반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은 환영사에서 “기후위기의 심화로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기후리스크 관리가 절실해졌다”며 “이화여대는 AI 인재를 양성하고 기후 대응 연구 기반을 강화해 미래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학계·산업계·정부·시민이 함께 협력해야만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기후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내외 금융권과 연구기관의 사례가 공유됐다. 프랑스 금융감독청(ACPR) 국장은 유럽의 기후위기 대응 현황과 감독 방안을 소개했고, 무디스 아시아 책임자는 AI 기반 기후 인텔리전스를 활용한 리스크 관리 사례를 발표했다. 토마 드 몽트마랭 HSBC 서울 CRO는 글로벌 금융사의 기후리스크 관리 접근법을, 심성보 기상청 사무관은 기후위기 모니터링과 미래 전망을 제시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MUFG, ING, 블룸버그NEF 등 글로벌 금융사와 연구기관이 전환금융, 에너지 시장 동향, 지속가능금융 전략을 논의했다. 패널 토론에는 인소영 카이스트 교수와 정광민 포항공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컨퍼런스는 금융산업이 직면한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과제를 기술 혁신과 금융정책을 통해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로 향후 금융권의 대응 전략 수립과 국제 협력 확대에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