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올해 임단협에 임금 요구 거세
기아 등 대규모 소송전 진행 중

통상임금 판결이 촉발한 파장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상여금 전액을 통상임금에 산입했고, 노조는 누락분을 소급해 달라며 대규모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당분간 통상임금으로 인한 노동시장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통상임금 판결 이후 170여 개 기업 중 63.5%가 ‘통상임금 충격이 부담되거나 심각한 경영 위기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 시 임금 상승률은 대기업의 55.3%가 5% 이상, 중소기업은 25%가 5%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판결 이후 기업들은 임금·근로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상여금 850% 전액을 통상임금에 반영했다. 이에 시간 외 수당(연장·야간·휴일)과 연차휴가 수당 산정기준이 조정됐다.
20년 만에 통상임금 기준 시간도 기존 226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소정 근로시간이 줄면서 근로자의 시간 외 수당이 늘면 통상임금도 증가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임금체계 개편으로 직원들의 실질임금은 8%가량 오를 것”이라며 “노조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바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소송전도 벌어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2월 통상임금 소급분을 돌려달라는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주휴수당, 근로자의 날, 사용 연차 등 과거 소급분을 ‘누락 통상 체불임금’으로 규정하고 이를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소송 위임인 신청에는 조합원 약 2만 명이 참여했으며, 판결은 최소 1년 반가량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모든 통상제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전반을 넘어서 타 산업으로도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통상임금 관련 개편에 나섰다. 명절 상여금, 창립기념일·근로자의 날 축하금 등 정기 상여금과 성과급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부산 버스 노사는 전국 시내버스 중 처음으로 통상임금 합의를 이뤄냈다. 노사 간 이견을 보였던 성과상여금과 하계휴가비 등은 폐지하고 기본급을 인상하는 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사는 “올해부터 내년, 내후년까지 주요 의제로 통상임금 산입 범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영 환경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노조의 소송 가능성도 커 기업들이 임금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